비판 언론인 살해 지시한 필리핀 전 교정국장...청부업자 연결해 준 수감자도 죽여

지난해 10월 필리핀 언론인 펄시벌 마바사 피살
부패와 연루됐다는 보도에 앙심 품고 살해 지시

필리핀의 라디오 방송인 펄시벌 마바사의 가족들이 지난해 10월 4일 필리핀 마닐라의 자택에서 마바사의 캐리커처가 들어간 사진을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비판적 언론인을 죽이라는 지시를 한 혐의를 받는 필리핀 전 교정국장이 조만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AF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법무부는 제럴드 반타그 전 교정국장을 살인 교사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반타그가 언론인 살해를 주도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3일 밤 라디오 매체 저널리스트인 펄시벌 마바사는 마닐라에 있는 자택 앞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법무부는 반타그가 자신이 부패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계속한 마바사에게 앙심을 품고 청부업자에게 살인을 의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타그는 또 청부업자를 연결해준 수감자 크리스티토 빌라모르 팔라나를 비닐봉지로 질식시켜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사건 직후 페드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에 의해 정직됐으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법무부는 언론인 살해에 가담한 전직 교정 부국장과 살인 청부업자 등 10명도 기소할 방침이다. 수감자 살해와 관련해서는 전직 교도소 부소장과 8명의 수감자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반타그 전 국장이 정직된 후 마닐라 교도소 안에 있는 그의 자택 옆에 거대한 구덩이가 파인 게 발견되기도 했다. 그는 수감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터널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필리핀은 언론인 피살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다. 국경없는기자회(RWB)에 따르면 지난 35년간 최소 187명의 언론인이 살해됐다. 지난해 9월에도 라디오 방송 기자인 레이 블랑코가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