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보다 높은 ‘역경’은 없었다
시즌 중반 감독·단장 동시 교체 뒤
잇단 내홍에 감독대행 체제 장기화
선두 경쟁서 탈락 전망 많았지만
김연경 중심 똘똘 뭉쳐 다시 도약
IBK에 3 대 0 승리하며 정상 차지
‘월드스타’ 힘으로 성적·흥행 잡아
계묘년 새해 첫 업무일인 지난 1월2일. 여자배구 2위인 흥국생명은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의 동시 교체를 발표했다. 3라운드 마친 이때까지 승점 42점(14승4패)을 쌓아 선두 현대건설(승점 45점·16승2패)을 바짝 추격 중인 와중에 발생한 예상치 못한 내부 변수였다. 흥국생명은 이후 긴 혼란 속에서도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흥국생명이 감독 교체 후폭풍을 극복하면서 4년 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 IBK기업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승리했다. 흥국생명은 26승9패, 승점 79점으로 남은 1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리그 1위를 확정했다. 지난 시즌 6위에 머문 흥국생명이 쓴 짜릿한 반전 스토리다.
리그 1위를 차지한 원동력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이뤄낸 한국 축구가 보여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투혼이었다. 권순찬 감독이 경질된 뒤로 이영수 수석코치는 단 한 경기만 감독대행으로 나선 뒤 팀을 떠났다.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한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은 부정적인 여론 탓에 감독 부임을 고사했다. 이후 김대경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었고, 아마추어 같은 수습으로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선두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렇지만 베테랑 김연경, 김해란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장신 쌍포’ 김연경과 엘레나 므라제노비치의 압도적인 화력에 미들블로커 이주아 등이 한층 성장하며 힘을 보탰다. 시즌 도중 GS칼텍스에서 세터 이원정을 영입한 것도 신의 한수가 됐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 기세가 꺾인 5라운드부터 선두로 도약했다. 지난달부터는 이탈리아 출신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해 막판 스퍼트에 힘을 실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선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아본단자 감독은 리그 1위 확정에 승점 1점을 남긴 이날 경기에 앞서 “오늘 1위를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만약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면, 오는 19일 홈에서 열리는 현대건설과의 최종전에서 자칫 우승팀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리그 1위를 해서 기분이 좋지만 흥미로운 도전이 남았다.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직행 티켓을 따낸 흥국생명은 4시즌 만에 구단 역사상 5번째 챔프전 우승에 도전한다.
흥국생명은 2년 만에 V리그로 돌아온 김연경을 앞세워 성적과 흥행을 모두 잡았다. ‘월드스타’가 뛰는 흥국생명 경기에는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많은 팬들이 몰렸다. 이번 시즌 여자배구는 총 18차례 매진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흥국생명 경기가 16번(원정 12번)이나 된다. 흥국생명은 장소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열성팬들의 뜨거운 성원을 ‘정규리그 1위’로 보답했다. 해외 무대로 진출하기 전인 2007~2008시즌 이후 15시즌 만에 V리그 1위에 오른 김연경은 “어려운 시간이 많은 긴 시즌이었는데 리그 1위로 마무리해서 기분이 좋다. 모든 선수들이 잘 뭉쳐서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며 “(챔프전도) 잘 준비해서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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