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의대 열풍에도 의사가 없다
대학병원 전공의 쏠림현상 심화
지역의료원은 의사 구인난 심각
의정협의체 가동해 해답 찾아야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오픈런(Open-run)’. 2020년대 들어 국내 명품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등장했다. 밤을 새우는 건 예사다. 요즘은 소아과에서도 진료 시작 서너 시간 전에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진다. 의사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지역마다 소아과가 줄어든 데다 최근 독감·장염이 동시에 유행하는 일까지 겹친 탓이다.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부모들끼리 빠른 진료를 위한 정보가 교환되는가 하면 대신 줄을 서는 오픈런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소아과 진료 예약은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 뺨친다. 절박한 부모들의 ‘웃픈’ 현실이다.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의사의 평균소득(2020년 기준) 톱3에 이비인후과(1억3934만원), 성형외과(1억3230만원), 피부과(1억3053만원)가 올랐다. 필수진료과(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기과)는 찬밥 신세다. 낮은 의료수가 탓에 소아청소년과 평균소득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나마 서울은 나은 편이다.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으로 지방 의료계는 붕괴 직전이다. 강원 속초의료원이 대표적 사례다. 올 초 응급실 전문의 5명 가운데 3명이 퇴사하거나 퇴사를 앞두면서 응급실을 주 4일만 운영했다. 3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 1차 채용과정에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자, 2차에서는 연봉을 국내 의료원 최고 수준인 4억원대로 올려 겨우 1명을 충원했다. 3차 채용에서는 전문의에서 전공의로 자격을 낮췄다. 씁쓸한 현실이다.
지방의료 공백을 메우는 공중보건의(공보의)도 해마다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공보의(의과·치과·한의과) 인원도 2020년 3499명에서 지난해 3365명으로 줄었다. 올해 공보의 제대인원은 725명이지만 신규 인원은 460여명뿐이다. 여성의 의대 진학이 늘고, 남성도 36개월의 공보의 대신 18개월 현역을 선호하면서 병역 인원 자체가 줄었다.
의대 열풍이 과학영재나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 반수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현장엔 의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의료 체계의 ‘날개 없는 추락’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정부가 어린이 공공진료센터 추가지정 등 개선책을 내놨지만 인력충원·양성 방안은 빠진 ‘반쪽짜리’에 그쳤다.
할 일은 산더미인데 의정협의체는 한 달째 개점휴업이다. 의대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도입 등을 논의할 의정협의체가 2020년 열렸지만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중단됐다. 3년여 만에 의정협의체가 가동됐지만 간호사법·의사면허취소법이 발목을 잡았다. 이러다가 6월부터 ‘의원급 중심, 재진’에 한해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려던 법 개정도 무산될까 걱정이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기피과’ 부족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다. 의료수가 정상화나 의료환경 개선, 지역의료 격차 해소 등 난제도 수두룩하다. 서둘러 의정협의체를 가동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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