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극단적인 이상 기후와 국가의 존립
고대 히타이트 제국의 멸망도
가뭄이 가져온 환경 변화 원인
기후 문제 최우선 과제 삼아야
지난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기온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평년(平年)에 비해 2.5도나 낮았지만 지난달 기온은 평년에 비해 1.3도나 높게 나타나 초겨울과 늦겨울 짧은 기간 동안 기온 변동성이 4도 가까운 큰 값을 기록하였다.

지난달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소개되었다. 그것은 대표적 이상 기상·기후 현상 중 하나인 가뭄이 바로 히타이트(Hittite) 왕국의 멸망을 가져온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히타이트 왕국은 고대 근동의 청동기시대 중 기원전 18세기쯤에 형성된 왕국으로, 기원전 14세기쯤에 현재 튀르키예가 있는 아나톨리아반도 대부분과 시리아 북서부, 남쪽으로는 레바논, 동쪽으로는 메소포타미아 북부까지 장악한 세계 최고의 왕국이었다. 그러나 500년을 지속하던 히타이트 제국은 갑작스레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이 왕국의 멸망과 함께 전 세계에 걸쳐 번성하던 청동기문명 또한 동시에 무너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학자들은 현재까지 히타이트 왕국의 멸망 원인을 북방 민족 또는 해상 민족의 침략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그들이 누구였는지에 대해 만족할 만한 규명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원전 1200년쯤 지구 기후는 건조하고 차가운 기간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상 기후 특성으로 지중해 및 중동 지역에서 세워진 고대 도시 국가들이 멸망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 기록 및 고고학적인 발견들은 그 당시의 인류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생존을 유지하였던 증거들을 보여주고 있어 이상 기후와 히타이트 왕국 멸망을 쉽게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아나톨리아 중앙에 서식하고 있는 향나무의 나이테 자료와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기원전 1196∼1198년 이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했음을 확인하였다. 이전에 자연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던 가뭄 강도와 지속기간의 임계점을 뛰어넘는 ‘극한 가뭄’이었다. 이렇게 3년에 걸친 극심한 가뭄이 가져온 환경 변화가 500년간 지속된 히타이트 왕국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히타이트 왕국 멸망 후 약 3200년이 흐른 뒤,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80억 인류는 기원전 1200년 인류가 나름의 방법으로 이상 기상·기후에 적응해 왔던 것처럼 과학적 적응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인 이상 기상·기후의 지속적인 발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전략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임계점을 뛰어넘는 극단적인 이상 기상·기후의 발생이 현실로 나타날 때 지금의 인류는 히타이트 왕국의 전철을 따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가 존립과 직결된 엄청난 재앙의 가능성을 미리 감안해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안보, 그린 정책 및 기술혁신과 나아가서는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책이 요구된다.
예상욱 한양대 교수·기후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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