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호주의 '기적'은 8강까지…3만 5061명 관중들의 뜨거운 '기립박수' [MD도쿄]

2023. 3. 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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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호주 야구 역사상 첫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 진출. 더 높은 곳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즐기자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안겨줬다.

호주 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준결승(8강) 쿠바 대표팀과 맞대결에서 4-5로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호주 대표팀은 지난 2월 23일 일본 후추시에서 대표팀 캠프를 차리고 본격 WBC를 준비했다. 과정은 썩 좋지 않았다. 호주 대표팀은 지난 1일 '사회인야구' JP에셋증권과 연습경기에서 무려 8명의 투수를 투입하고도 1-7로 완패했다. 게다가 6일에는 '실업야구' JR규슈와 맞대결에서 3-15로 다시 한번 무릎을 꿇는 등 기대감을 갖기 힘든 결과들이 들려왔다.

대회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조급함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은 굉장히 여유로웠다. 닐슨 감독은 JR규슈와 경기에서 패한 뒤 "2주 전부터 캠프를 시작하면서 팀 상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잘 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수확"이라며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호주 대표팀의 SNS에는 선수들이 연습하고 훈련하는 장면보다는 일본을 관광하고, 재능기부를 하는 영상 등이 올라왔다. 연습경기와 평가전에서의 결과,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준비 과정 등을 봤을 때 호주에게서 '성적 욕심'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는 호주 선수들이 성적에 얽메이지 않고 진정으로 대회를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닐슨 감독의 여유로운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사령탑은 지난 9일 B조 조별리그 한국과 맞대결에 앞서 "여기 오게 돼 매우 기쁘다.우리는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한국과 경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며 "WBC라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 우리의 경기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두가 호주를 '한 수 아래'라고 평가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호주는 한국 대표팀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산하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뛰고 있는 잭 올로클린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대표팀에서 두 번째로 어린 선수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는 한국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호주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선발 올로클린이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자 곧바로 투수 교체를 단행, 4회까지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경기 중반 잠깐 리드를 빼앗겼지만, 호주는 스리런홈런 두 방으로 승기를 휘어잡았다. 특히 강백호가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내는 등 세밀함까지 보였다.

한국을 무너뜨리며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호주는 기세를 몰아 중국을 12-2 '콜드게임'으로 격파했다. 이후 일본전에서 패하며 흐름이 한차례 꺾였다. 호주는 12일 오후 7시 경기를 마치고 13일 낮 12시 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체코를 8-3으로 무너뜨리며 사상 첫 '8강 진출'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호주의 8강 진출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거 1명 조차 없는 호주는 '현역 빅리거' 두 명과 일본프로야구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쿠바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야말로 어느 한 쪽으로 무게의 추가 기울지 않는 팽팽한 경기였다.

선취점은 호주가 뽑았다. 호주는 2회 릭슨 윈그로브가 1사 3루에서 선제 적시타를 뽑아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그러자 3회 쿠바가 곧바로 한 점을 쫓으며 1-1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5회 3실점이 매우 컸다. 호주는 5회 투수의 제구 난조로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무려 3점을 헌납했다. 호주는 7회초 윈그로브가 추격의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쿠바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4-5로 아쉬운 패배를 당하게 됐다.

8강 이상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못했지만, 호주는 충분히 '강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호주는 이날 도쿄돔을 찾은 3만 5061명의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호주가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체코와 호주의 경기에서 8-4로 승리하며 8강 진출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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