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란, 챔스 한 경기 다섯 골 폭발...감독은 왜 63분만에 교체했나

이영빈 기자 2023. 3. 1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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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스리그 한 경기 최다골 타이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후반 19분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시를 받고 다른 선수와 교체하기 위해 떠나던 모습이다. 동료들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박수를 쳤다. 언뜻 보기엔 활약하지 못한 공격수가 교체당하는 장면 같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엘링 홀란(23·맨체스터 시티)선수가 15일 독일 라이프치히와 벌인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홈 2차전에서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홀란은 이날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개인 한 경기 최다 골 타이인 5골을 넣었다. 그는 웃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경기장을 나서면서 감독님께 ‘더블 해트트릭(6골)도 할 수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교체당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며 시무룩해했다.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끝이 없는 홀란의 향상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약 10년 만의 대기록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15일 독일 라이프치히와 벌인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홈 2차전에서 7대0으로 승리했다. 홀란이 경기 시작 63분 만에 5골(전반 3골, 후반 2골)을 넣으며 선봉에 섰다. 올 시즌 다섯 번째 해트트릭(한 경기 3골 이상). 5골은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에서 한 경기 개인 최다 골 타이로, 후반 18분 교체되지 않았다면 최다 골 기록을 새로 쓸 수도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는 이날 대승을 거두며 1·2차전 합계 8대1로 8강에 올랐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한 경기에서 5골을 넣은 선수는 홀란을 합쳐 3명뿐이다. 첫 기록은 아르헨티나의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36·파리 생제르맹)였다. 메시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에서 뛰던 2011-2012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독일 레버쿠젠을 만나 역대 최초로 한 경기 5골을 넣었다. 당시 메시는 화려한 드리블, 한 박자 빠른 슛 타이밍으로 다섯 골을 몰아 넣으며 7대1 승리를 이끌었다.

폭풍의 시작 - 엘링 홀란(오른쪽)이 15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 라이프치히전에서 본인의 첫 번째 골을 터뜨리고 있다. 그는 이날 챔피언스리그 사상 한 경기 개인 최다 골 타이인 5골을 몰아 넣었다. /AP 연합뉴스

다음은 브라질 선수 루이스 아드리아누(36·인테르 나시오나우)였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선수는 아니지만 득점력만은 출중했던 아드리아누는 우크라이나 샤흐타르에서 뛰던 2014-2015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 리그 3차전에서 벨라루스의 바테 보리소프를 상대로 5골을 폭발시켰다. 팀은 7대0 승을 거뒀다.

그리고 그다음이 15일 홀란이었다. 홀란은 경기 후 “지금은 머릿속 모든 게 다 흐릿하다. 그저 공을 차고 골망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 모든 득점에서 그랬다”고 했다. 페프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홀란을 경기 도중 뺀 데 대해 “지금 나이에 단독 기록(6골)을 세우면 이후 선수 생활이 지루해진다. 그는 앞으로 어디서든 6골을 노릴 수 있고, 넣을 수 있다. 그게 교체한 이유”라고 했다.

◇홀란, 맨시티에 빅이어 안길까

올 시즌 맨시티에 합류한 홀란은 데뷔 시즌부터 잉글랜드 리그를 평정 중이다. 리그 26경기 28골, 경기당 1.07골로 독보적인 리그 득점 1위다. 더 놀라운 건 홀란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 더욱 강하다는 점이다. 홀란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6경기 10골, 경기당 약 1.7골을 넣고 있다. 그는 15일 5골을 추가하면서 대회 통산 30골 고지에 올랐다.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득점 기계 홀란은 2019년 FIFA(국제축구연맹)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역대 한 경기 최다인 9골을 넣기도 했다.

맨시티는 홀란의 합류 덕분에 올 시즌 빅이어(Big Ear·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별칭)를 들어 올릴 것이라는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다. 맨시티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부호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팀을 인수한 뒤 각종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챔피언스리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우리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이 팀의 운명이 결정 날 것”이라며 “계속 빅이어를 위해 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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