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식노동자 폐암’ 학교 비정규직 처우 개선책 시급하다

기자 2023. 3. 1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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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돌봄교실에서 일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1일 총파업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소속 약 2만명 노동자가 파업한 뒤에도 여전히 위험한 작업환경과 열악한 임금체계가 개선되지 않자 학기 초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14개 시·도교육청급 급식실 종사자에 대해 실시한 폐암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이곳에서 일하는 10명 중 3명에서 이상소견이 나왔다. 환기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대량 급식을 조리하는 작업환경 탓으로 보인다.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 등이 포함된 미세분진인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되기 때문이다. 폐암 의심으로 판정된 비율은 동일 연령대 일반 여성인구에 비해 16.4배, 확진자는 2.8배에 이른다. 오는 5월 서울·경기·충북 지역 수치까지 포함하면 환자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2021년 4월 급식 노동자의 첫 산업재해 사망이 인정됐음에도 작업환경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고질적인 저임금도 급식 노동자를 옥죄고 있다. 비정규직 조리사·돌봄전담사의 기본급은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급식이 없는 방학 중에는 수입이 끊긴다. 고물가 기조까지 겹쳤지만 교육당국은 올해 1.7%의 임금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니 퇴사자는 느는데 신규 채용 모집에 응하는 사람은 미달이 될 수밖에 없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둘러싼 교섭은 교육당국의 무성의에 해를 넘긴 데 이어 ‘학기 초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번 쟁의의 배경에는 돌봄 노동의 가치를 저평가해온 성차별 문화와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중첩돼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무시하는 일이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사회의 축소판을 거치면서 공동체의 가치관을 습득한다. 이런 학교 내에서 가장 필수적인 일에 헌신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할 뿐 아니라 언제든 해고되는 노동자의 모습을 미래 세대에게 가르칠 건가. 학교 비정규직을 언제까지고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 둘 수는 없다. 파업 예정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당국과 학교 측은 성실하게 교섭에 나서 학기 초부터 파업이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혁파하고 노동 약자를 돕겠다고 했다. 이들이 바로 그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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