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부장 수출규제 해제·지소미아 정상화 의견 접근한 듯 [한·일 정상회담]

정상회담 주요 의제는
대통령실 “3자 변제안 신속 이행”
尹 “日도 함께할 것” 日 호응 촉구
尹 “北 미사일 日 위협 상황 감안”
‘日 반격능력 보유 인정’ 발언도
외교·국방 2+2 대화 재개 조율
정상 셔틀외교 재개도 논의 전망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와 전망은 양국에서 일치한다. 그러나 최대 현안인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이 보다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일본에선 한국이 내놓은 해법의 이행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시각이 여전해 양 정상이 어떤 합의를 해낼지 주목된다.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해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등 경제, 군사 관련 현안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보일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제동원 해법, 일본의 호응 추가될까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해법에 대한 평가, 향후 조치 등을 두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법에 대해 일본 정부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관계 개선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향후 조치를 두고는 인식 차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가 보다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금 대위변제 후 일본 피고 기업(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고,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이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작업을 일본도 함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본의 보다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일본은 배상 판결의 원고인 피해자들의 반발, 해법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여론에 주목하며 “해결책이 착실히 이행될 것인지 주시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협정을 통해) 우리에게 5억달러의 지원 자금을 보냈고 (그것을 토대로) 한국 정부가 두 차례 특별법을 만들어 피해자에게 배상했다. 또다시 일본 피고 기업이 책임을 질 수는 없다고 해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거부해) 온 것”이라며 “그래서 윤 대통령은 징용 해법과 (구상권 청구를) 분리하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에서 구상권을 청구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제3자 변제 방안을 신속하고 명쾌하게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안보 협력, 경제 교류 가속화할 듯

군사 관련 의제는 한·일 양국은 물론 미국의 관심도 큰 분야다.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한·미·일 간 협력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3국 간 미사일 정보의 즉시 공유를 조기에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2019년 한국 정부의 종료 통보 이후 불안정한 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지소미아의 정상화 필요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를 인정한다는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봐야 한다. 대통령실은 “한국과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함께 노출돼 있다. 자국 안보 지키기 위해 대비해야 하는데, 그것을 반영한 새로운 안보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해한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日신문 1면에 실린 尹대통령 인터뷰 일본 요미우리신문 15일자 1면에 윤석열 대통령의 인터뷰 기사가 실려 있다. 윤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배상 문제 해법과 관련해 정부 산하 재단의 판결금 변제 이후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신문에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평화헌법과 전수방위 원칙을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고 보고,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에 대해 이해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안보정책협의회 등 각 분야의 정책 대화 재개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외교·국방 라인의 국장급 인사가 대표를 맡는 ‘2+2’ 형식의 안보정책협의회는 2018년 3월을 마지막으로 이후 열리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소미아 정상화를 확인하기 위한 조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경제안보 분야의 핵심은 반도체다. 한국은 제조, 일본은 소재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어 협력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에서 한국, 일본의 협력은 필수다. 요미우리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은 경쟁하는 관계이자 중요한 조달처다. 협력 강화를 환영한다”는 일본 전자업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함께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 재계 대표들은 일본 경제계 인사들과 만나 유학생 지원 등을 목적으로 한 ‘미래청년기금’(가칭) 설립을 조율한다.

이 같은 양국 간 현안 전반을 논의할 셔틀외교의 재개에도 두 정상이 의견을 모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시다 총리에 대해 “지난해부터 의사소통하며 관계 개선에 강한 의지를 확인하고 신뢰를 높여 왔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은 기시다 총리의 방한도 연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상 간에 솔직한 대화가 이뤄져 양국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며 “현재의 안보 환경을 고려해 일·한(한·일), 일·미·한(한·미·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서도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