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쇼→아이언 정확도? 골프공 비거리 제한 '317야드 이상 금지'

[스타뉴스 안호근 기자]

[안호근 스타뉴스 기자]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머니.'

제 아무리 장타를 자랑하더라도 드라이버로는 타수를 크게 줄일 수 없는 반면 뛰어난 퍼팅 능력이 있다면 우승을 거머쥘 수 있다는 골프 격언.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해진 건 오래다. 선수들의 비거리는 점점 늘어났고 티샷으로 300m를 때려대는 장타자들도 이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 조짐을 보이고 있다.

R&A와 USGA는 15일(한국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프로 대회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의 성능에 제한을 두겠다고 밝혔다.

골프공을 시속 127마일(초속 56.8m)의 헤드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289.9m)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3년 안에 규정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장타자들로 인해 골프 대회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취지인데, 문제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골프공들을 전면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약 이 규정대로 골프공을 제작한다면 현재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평균적으로 15야드(13.7m)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꿈의 300m를 넘어서는 게 현재보다 훨씬 더 어렵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고민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선수들의 힘은 물론이고 클럽 생산 기술과 볼의 기능성이 점점 향상되면서 비거리도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다만 이 때문에 골프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골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타이틀리스트의 골프공. /AFPBBNews=뉴스1

R&A와 USGA는 이미 3년 전에 공동 조사를 통해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통해 지속적인 비거리 증가는 골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35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치는 선수들은 실력의 변별력을 판별할 수 있는 아이언 대신 각종 웨지로 세컨드샷을 그린에 올릴 수 있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3년 PGA 투어 선수 평균 비거리는 약 286야드였고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9명뿐이었으나 올 시즌 PGA 투어 평균 비거리는 297.2야드까지 올라섰고 무려 83명이 300야드를 넘기고 있다.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115마일(초속 51.4m)이지만 130마일(58.1m)이 넘는 선수도 더러 있었다.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는 122.5마일(54.8m)에 이르는 빠른 스윙 스피드로 평균 327야드(299m)를 날린다.

장타자의 속출은 코스 연장으로 이어졌고 이는 유지 관리 비용 증대는 물론이고 물과 약품 사용량의 증가로도 이어져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게 R&A와 USGA의 주장이다. 실제로 많은 환경단체 등에선 골프장이 환경 끼치는 악영향에 대해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장타자들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A와 USGA는 일단 오는 8월까지 의견 수렴을 하고 내년 1월부터 규정을 바꾼다는 계획이지만 골프 볼 개발과 제조 등에 많은 시간이 걸려 실제로는 3년 가량 후에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큰 걸림돌은 골프 업계의 반발이다. 골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타이틀리스트 골프공 제조업체 아쿠쉬네트는 R&A와 USGA의 발표에 반발 의사를 나타냈다. PGA 투어에서도 고심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선수들의 장타 감소가 투어 흥행에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는 쇼라는 말처럼 화려함이 줄어드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의사를 보일지 의문이다.

물론 이 규정은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 골퍼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아마 골퍼들이 프로들의 샷을 동경하는 동시에 그들이 사용하는 장비와 공 등을 쫓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이번 규정 변화를 단순히 프로골퍼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로 바라볼 수 없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