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남일 아냐… 22년째 묶인 예금보호 1억으로 늘려야"

강길홍 2023. 3.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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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계좌당 3억3000만원
日·영국·캐나다도 1억 넘어
금융위·예보, 8월 개선안 발표
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맞물려 국내에서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모바일 뱅킹의 확산으로 예금 출금 속도가 빛의 속도로 빨라지며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22년째 1인당 5000만원에 머물고 있는 정부의 예금보호 한도를 1억원 수준으로 올려 이런 리스크를 줄어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예보)는 민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금보호한도와 예금보험료율 상향 등을 검토하고 있다.

TF는 연구용역 결과와 연계해 올해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예보는 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의 판단을 돕기 위한 산식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예금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올렸을 때 금융회사들이 부담해야 할 예금보험료율은 어느 정도까지 올려야 하는지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예금보험제도는 1995년 도입 당시 2000만원이었으나 외환위기 발생 직후인 1998년 전액 보호로 전환됐다. 이후 2001년 부분보호제도로 복귀하면서 1인당 한 금융회사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때문에 20년 넘게 5000만원에 머물고 있는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예금보호 한도는 낮은 편이다.

최근 SVB 파산 사태가 발생한 미국의 예금보호한도는 계좌당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이고, 영국, 일본, 캐나다 등도 1억원이 넘는다.

경제 규모 확대 등에 따라 5000만원을 넘어서는 예금 비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점도 예금보호한도 상향 필요성을 높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이 예보에서 제출받은 은행 부보예금(예금자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예금) 및 순초과예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예금에서 5000만원을 넘어서는 예금의 비율은 2017년 61.8(724조3000억원)에서 2022년 6월 65.7%(1152조7000억원)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10.7%(5조4000억원)에서 16.4%(16조5000억원)으로 상승했다. 김 의원은 "금융소비자들이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선 예금보호 한도 확대 논의를 포함해 보다 실질적인 예금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이미 예금보호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기도 하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융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그동안의 물가 인상도 반영하며, 마음 놓고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예금보호 금액을 1억원 정도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하게 되면 부보금융회사(예보에 보험료를 내는 금융회사)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도 높아지게 되는 만큼 일부 금융회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유재훈 예보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차등보험료율 정교하게 설계해 금융회사들이 예보료를 납부해야 하는 유인책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예금보험 제도는 예보가 부보금융회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거두고, 금융사가 파산할 경우 이 재원을 활용해 1인당 5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예금보호 한도 상향 논의와 별개도 비상 상황 시 '예금 전액보호' 조치를 고려할 수 있는 비상계획도 점검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는 최근 SVB 파산 사태에서 모럴 해저드 야기 논란을 무릅쓰고 예금 전액보호 등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전격 시행했다.

우리나라도 예금자보호법에서 예금보호 한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 상황 시 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한도를 제한 없이 풀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정부가 모든 예금에 대해 원금 및 이자전액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경제 규모와 금융 상황이 달라진 만큼 금융당국과 예보는 이번 미국 당국의 SVB 사태 대응 사례를 살펴보며 비상계획을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예금 전액보장 조치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을 정부가 전액 보장할 경우 신용도가 낮더라도 높은 금리를 주는 금융사로 돈이 몰릴 수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도덕적 해이 논란으로 원금 전액 보장 조치는 조기 종료된 바 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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