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일본 ‘반격 능력’ 보유 “이해한다”…한·일 갈등 이슈 ‘묻어두기’
윤석열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재점화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오는 1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 의견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배상안에 양국이 쐐기를 박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이는 비판을 두고는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을 언급했고, 일본 정부의 ‘반격 능력’ 보유 방침에는 이해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한·일간 갈등 이슈를 묻어두는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접근법이 재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15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최대 현안이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두고 “관계된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 나중에 구상권 행사로 이어지지 않을 방법을 검토했고, 이번에 결론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해를 구했다”며 강제징용 피해자 3명과 유족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인터뷰는 오는 16~17일 윤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보도됐다.
윤 대통령은 일본 피고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도록 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과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사이에 ‘모순’이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책무”라고 했다. 일본 피고 기업 참여 없이 한국 측 재단이 한국 기업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조화로운 해결책’으로 바라본 발언이다. 지난 6일 발표된 정부안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책임이 종결됐다는 일본측 논리를 대폭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이는 비판 여론은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파악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치 세력이 많이 있다”며 “외교 문제를 국내 정치에 멋대로 끌어들이는 것은 국익 차원에서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이를 구체화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AP통신 등 5개 통신사와 진행한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같이 일본 측도 그간 표명한 역사 인식에 기반해 책임 있는 자세를 가지고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와 일본 측의 배상 참여에 대한 구체적 요구는 명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안보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적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 보유 방침을 확정한 것을 두고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상황”이라며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의 북핵을 이유로한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는 전수방위 원칙을 허물고 재무장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같은 우려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함께 노출돼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안보전략으로 이해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신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요미우리 인터뷰에선 “방일하게 된 것 자체가 그동안의 한·일관계에 비춰 하나의 큰 진전이자 성과”라고 했다. 5개 통신사 인터뷰에서도 “한·일 양국의 협력 필요성은 지금과 같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고 세계 공급망이 교란되고 있는 복합위기 시대에 더욱 두드러진다”면서 “경색된 한·일관계를 방치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했다. 이같은 인식에 따라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한·일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으면서 경제·안보·문화 등 다방면의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관계 원로들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반대가 있더라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강력히 밀고나가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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