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3D 콘텐츠 만드는 시대 온다… ‘IP 부자’ 네이버, 스타트업 투자 ‘속도’
3D 콘텐츠 생태계 키워 보유 IP 활용도 높일 듯
기대주는 ‘아티스트 IP’… 제페토로 가능성 확인
“팬이 직접 만든 콘텐츠, 6일 만에 60만개 육박”
“2D에서 3D로 콘텐츠 환경이 전환되고 있다. 3D 콘텐츠를 만들거나 활용하려는 이용자 및 기업들의 수요는 더욱 급증할 것이다.”
우상훈 네이버 스마트스튜디오 책임리더
네이버가 3D 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누구나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 자사 지적재산(IP)의 활용처를 넓히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15일 네이버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스타트업 양성조직 D2SF를 통해 ▲엔닷라이트(엔진) ▲리콘랩스(모델링) ▲플라스크(모션캡처) ▲굳갱랩스(휴먼 투 아바타·인물의 표정과 움직임을 아바타로 실시간 구현) 등 3D 기술 스타트업 4곳에 투자를 단행했다. D2SF는 통상 스타트업들에 20억원 미만의 금액을 초기 투자하고, 향후 사업 성과 등에 따라 후속 투자를 이어간다. 엔닷라이트와 플라스크에는 이미 후속 투자를 진행했다.
글로벌 경제 불황 속 영업이익 감소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네이버가 3D 기술 스타트업에 잇따라 투자한 것은 회사의 콘텐츠 사업 확대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3D 콘텐츠 제작의 대중화에 기여, 더 많은 이용자가 회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하도록 만드는 게 네이버의 최종 구상이라는 분석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도 이날 투자 스타트업 소개를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일반 이용자가 3D 데이터를 쉽고 빠르게 만들어 넓게 퍼뜨릴 수 있도록 도와줄, 다시 말해 3D 데이터가 일상 속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할 기술들에 주목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네이버는 그간 네이버웹툰의 웹툰·웹소설 IP를 출판·영화·애니메이션·드라마·게임 등으로 재가공하며 탄탄한 ‘IP 성공 방정식’을 구축해왔다.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은 괄목할 만 하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초 미국에서 처음으로 월간활성이용자(MAU) 1500만명을 달성했고, 현지에서 발굴한 웹툰 ‘로어 올림푸스’는 링고상·아이스너상·하비상 등 북미 3대 만화상을 2021년부터 2년에 걸쳐 모두 석권했다. 이에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시대, ‘디즈니의 후예’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이 방정식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의 IP를 바탕으로 웹툰·웹소설을 선보인 일이 한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필요한 아티스트 IP 확보를 위해 2017년 1000억원가량을 투자해 YG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로 올라선 데 이어 2020년 SM엔터테인먼트 관계사인 SMEJ플러스와 미스틱스토리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 2021년에는 아티스트 스트리밍 플랫폼 ‘브이라이브’를 하이브 자회사인 위버스컴퍼니에 매각하고, 위버스컴퍼니가 운영하는 팬 플랫폼 ‘위버스’의 지분 49.0%를 취득하며 하이브와 동맹을 맺었다.
네이버는 네이버제트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한 새로운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네이버제트는 앞서 제페토에서 블랙핑크의 가상 팬사인회를 개최하고, BTS의 부산 콘서트를 라이브 스트리밍했다. 이 중 업계가 주목하는 건 엔믹스의 데뷔를 앞두고 진행한 이벤트다. 네이버제트는 이벤트 기간 제페토에 엔믹스 멤버들의 외형을 본딴 아바타를 구현하고 팬들이 이들과 셀피를 찍거나 안무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단 6일 동안 팬들이 직접 제작한 관련 콘텐츠 수는 60만개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면면도 업계의 해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엔닷라이트는 자체 개발한 웹 기반 3D 엔진을 활용해 일반인도 쉽게 고품질 3D 에셋을 만들 수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 ‘엔닷캐드’를 개발했다. 현재 네이버 스마트에디터와 손잡고 엔닷캐드를 고도화한 ‘웹 기반 3D 디자인 스튜디오’의 정식 출시를 준비 중이다.
리콘랩스는 3D 모델링 기술의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 솔루션으로 스마트폰 사진, 영상을 3D 모델 및 증강현실(AR) 콘텐츠로 자동 생성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는 “전문가가 5일 걸리는 일을 일반인이 30분 만에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라고 부연하며 “일반인도 3D 생태계에 참여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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