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안 밀어붙이는 대통령실, ‘경제적 효과’ 강조하며 여론전

유설희 기자 2023. 3. 15. 17: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15일 “2019년부터 3년간 일본과 잃어버린 경제 효과가 20조원”이라며 “한·일관계 개선이 미뤄질수록 기회비용은 지금까지의 손실과 비교할 수 없게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이날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적 의미를 상세히 설명하며 강제동원(징용) 배상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존엄, 인권과 직결된 과거사 문제를 외면한 채 경제적 효과로만 한·일관계를 접근할 수 없다는 비판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 대통령 일본 방문 사전 브리핑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글로벌 공급망 분절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국가 중 하나”라며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 효과를 강조했다.

최 수석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지체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로 공급망 재편 대응, 수출 시장 확대, 세 과학기술 협력 강화를 들었다.

그는 “글로벌 공급망 협력 파트너로서 일본은 이미 중요한 나라이고,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한·일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어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이로 인해 우리 경제와 산업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과 기회의 상실은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역 파트너로서 미래의 일본은 과거보다 훨씬 호혜적인 관계에서 우리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며 “배터리 등 우리 핵심 수출 품목의 대일 수출이 보다 확대되고 K-POP 등 한류 확산을 통해 콘텐츠·소비재의 일본 시장 진출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미래를 선도할 신기술·신산업을 공동 연구 개발할 최적의 R&D 파트너”라며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략기술과 일본이 강점이 큰 기초과학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통해 R&D 시너지를 극대화하여 우주, 양자, 바이오 등 분야에서 미래 신기술 개발을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수석은 이 같은 경제적 효과를 내기 위해 양국 간 경제 분야 협력 체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정부는 그간 중단된 양국 간 재무·통상·과학기술 등 경제분야 장관급 협력채널을 조속히 복원해 주요 협력 사업을 속도감 있게 논의·합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방일 이틀째인 17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이 주최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수석은 “기업인들을 격려하고 양국 간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측은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을 비롯해 경제인 12명이 참석한다. 이재용 삼성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그룹 총수가 총출동한다. 일본 측은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 등 11명이 참석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되 공동선언문은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10여 년 동안 한·일관계가 계속 경색되고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 왔는데 특히 2018년 이후에는 불편한 관계가 증폭돼서 여러 사건들로 불신이 가중됐다”며 “그 이후에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그간의 입장을 정리하고 정제된 문구를 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한·일 공동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차례대로 회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자국 입장에서 강조하고 국민께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선언문이 없다는 것은 강제징용 등에 대한 일본의 문서화된 입장 표명이 없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가 회담 결과 설명에서 한국의 ‘셀프 배상안’에 상응하는 조치를 밝히지 않는다면 정부는 일방적 양보로 한·일관계 개선을 구걸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 보도로 화제를 모은 양국 정상의 ‘2차 만찬’에 대해서는 “(보도된 대로) 만찬을 두 번 이어가면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초청국인) 일본이 주안점을 두는 것은 실무방문이지만 최대한 저녁 식사까지 겸해 양 정상 내외가 인간적으로 교류하면서 친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가능하면 양 정상 간에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생각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