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SM 인수 못했지만 플랫폼 협업…아주 만족"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3.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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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왼쪽 둘째)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참석해 김선걸 매일경제 부국장(왼쪽 첫째) 등과 토론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K팝 산업이 지닌 가치와 에너지가 훗날의 추억, 반짝 신드롬으로만 떠올려지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합니다."

글로벌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제작한 프로듀서이자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사를 이끄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K팝 위기론'을 호소했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 초청돼 국내 언론과 대면한 자리에서다. 최근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도를 비롯해 하이브가 지속적으로 국내외 음악 레이블(기획사) 인수를 추진하는 배경에도 'K팝 규모의 경제를 키워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이 깔려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방 의장은 이날 "BTS의 군 입대와 활동 중단 이후 동남아시아 등에서 K팝 음반 수출 증가율, 음원 차트 점유율이 감소하면서 역성장 추세가 뚜렷하다"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자동차가 있듯 K팝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할 글로벌 엔터 기업의 등장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홍콩 영화, 일본 만화 전성기 종료에 현재의 K팝 신드롬을 빗대며 "성취에 만족하기보다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도 했다.

방 의장은 이어 "하이브는 2019년부터 글로벌 엔터 기업이 되기 위한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류 시장인 미국에서 자리 잡기 위해 우선 덩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빅히트, 플레디스, 어도어 등 K팝 레이블에 더해 미국 컨트리 음악 레이블 빅머신, 팝스타 저스틴 비버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 힙합 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 등을 거느리고 있는데, 추가로 해외 레이블 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막대한 인구와 높은 음악성을 토대로 파이를 키운 라틴음악 분야의 유명 레이블, 미국 유명 프로듀서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회사 등을 후보로 꼽았다. 방 의장은 "톱티어(일류) 레이블 사이에 곱하기 효과를 발휘해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며 "올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기업에 대한 인수·투자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관훈포럼은 카카오와 하이브 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지난 12일 하이브의 '인수 포기' 선언으로 마무리된 직후 열려 이목이 쏠렸다. 방 의장은 "인수를 승패 관점으로 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인수 포기는) 하이브스러운 선택이었다. 구성원이 부끄럽게 느끼지 않는 선택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SM 인수 여부는 하이브가 가는 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또 경영권을 카카오에 넘기는 대신 상호 플랫폼 협업을 도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한다. 굉장히 기분 좋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SM 아티스트가 입점하는 방안을 포함한 구체적인 협업 방식에 대해선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보유한 SM 지분 15.78%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SM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하이브에 지분을 넘긴 배경에 SM 현 경영진·카카오 연합에 맞서려던 의도가 명백했기 때문에 '인수 포기 후 이 전 총괄이 실망하지 않았냐'란 질문도 나왔다. 방 의장은 "합의 도중에는 이 전 총괄에게 말씀드릴 수 없었지만 끝난 뒤 소상하게 설명했다"며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진 않고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말씀하더라"고 전했다.

방 의장은 2019년 처음 SM 인수를 타진했을 때를 회상하며 "소문으로 접했겠지만 당시 두 차례 제안을 넣었고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측 제안으로 SM 지분 인수를 검토했던 점에 대해서도 "그땐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SM 인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언급했다. 그러다 지난달 이 전 총괄에게서 지분 거래 제안을 받고 결정하기까지의 급박했던 상황에 대해선 "과거의 인수 반대 요인이 많이 사라졌고 평화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시장 과열이나 치열한 인수전은 예상 밖이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하이브나 카카오나 더 나은 환경과 미래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인수였지만 실제 과정에선 아티스트와 팬들을 배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이 밖에 K팝이란 장르 또는 문화 현상과 그 정체성에 대해 "해외에선 여전히 'K팝=한국'이라고 답한다"며 "앞으로 K팝이 한국적 정체성을 고수해나가는 방식은 성장 둔화를 해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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