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데 다르다?"…유통업계, 끊이지 않는 상표권·기술탈취 분쟁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최근 유통업계 곳곳에 상표권과 기술탈취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이미 다른 업체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나 기능,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 특히 대기업의 스타트업 베끼기 논란은 정부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과 결을 같이하며 정치권 이슈로 번지는 분위기다.
◆ 이름·로고 유사…'상표권' 분쟁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메가마트는 홈플러스와 '메가푸드마켓' 상표권을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2월 론칭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이 메가마트가 사용하는 매장 슬로건과 똑같다는 이유다.
메가마트는 홈플러스가 메가푸드마켓 1호점을 냈을때부터 상표 사용 중지를 요청했다. 같은 신선식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소비자가 혼동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1심 격인 특허심판원에 메가푸드마켓 상표 사용에 관한 권리 범위 확인 심판을 냈고, 특허심판원은 홈플러스의 손을 들어줬다.
메가마트는 2심인 특허법원에 '특허심판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은 법원 결정이 아닌 행정부 소속의 심판원 판단일 뿐이므로 법에 판결을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상표권 갈등으로 이름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롯데온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패션 전문관 '온앤더스타일'은 CJ온스타일과 이름과 로고가 유사하다는 논란이 발생하자 결국 이름을 변경했다.
당시 온앤더스타일의 표기는 '앤더(AND THE)'를 작은 글씨로 표시하고 '온(ON)'과 '스타일(STYLE)'이 이어져있어, CJ온스타일을 떠오르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로고도 보라색과 원형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점이 유사해 소비자가 두 플랫폼을 동일하다고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CJ온스타일 측 주장이다.
CJ온스타일이 내용증명을 보내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듯 해했으나, 롯데온이 온앤더스타일을 '온앤더패션'으로 변경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롯데온 관계자는 "본래 명칭을 더 직관적으로 바꾸자는 내부 의견이 있어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협업' 아닌 스타트업 '기술 탈취'?
아이디어 베끼기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롯데헬스케어와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스타트업 기술을 모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두 회사 모두 각각 스타트업과 협업을 논의했다는 점에 있어서 기술 탈취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최근 스타트업 알고케어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롯데헬스케어가 올 초 'CES 2023'에서 공개한 맞춤형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과 전용 디스펜서 '필키'가 알고케어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알고케어는 지난 2021년 롯데헬스케어와 협업을 진행하기 위해 미팅을 했으며, 이때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사업 전략 정보를 획득해 캐즐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캐논코리아와 협약해 개발한 제품이라며 해당 의혹을 부정했다.
양측 입장이 엇갈리며 현재 해당 사건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위를 통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알고케어는 중기부에 기술분쟁조정을 신청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지주·롯데 헬스케어·캐논코리아 3사에 현장조사를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LG생활건강 역시 스타트업 제품을 베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타투 프린터인 '임프린투(IMPRINTU)'가 프링커코리아의 '템포러리 타투 프린터'를 도용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다.
LG생건이 프링커와 협업 및 비밀유지계약(NDA)을 진행해놓고, 갑자기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으로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다는 것이 프링커 측 주장이다.
LG생건 측은 잉크 카트리지 회사인 HP와 협업한 제품이며 자체적인 개발과 연구로 만들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프링커는 "조직적으로 모방이 진행된 정황이 있다"며 공정위 제소와 특허청 고발을 진행했다.
이 같은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은 정치권과 정부 이슈로도 떠올랐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을지로위원회 6차 상임운영위원회에서 "대기업의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의혹에 대한 집중 점검이 필요하다"며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국민들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바람직한 신호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기부는 새 정부 들어 기술 탈취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을 국정과제로 정해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 기술을 탈취한 기업에 최대 3배까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에서, 이를 5배로 상향 조정하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술 침해 사건 발생 시 협업 창구를 마련하는 등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가급적 1분기 내에는 방안을 마련해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임현지 기자 limhj@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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