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산업정책의 등장
흔히들 한국 경제는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산업정책에 힘입어서 고도성장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산업정책은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정부가 사전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보호 육성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며, 이는 종종 무역 마찰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개입이 지나쳐서 오히려 비효율을 조장하는 등 각종 부작용도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국방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산업정책을 시행하지 않았었고, 유럽 국가들의 산업정책 역시 그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산업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부활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또한 최근에 대두되는 산업정책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첫째, 과거에는 1950년대의 일본 및 1970년대의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들이 주로 산업정책에 의존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정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서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세제 혜택 및 보조금을 제공하겠다는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둘째, 과거 무리한 산업정책 시행은 무역 마찰을 불러왔으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기구를 통해서 조정되곤 했다. 최근의 산업정책은 경제안보라는 명분으로 WTO의 제재 역시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런 미국과 같은 강대국만 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에 대한 수출 금지를 발표했으며, 이에 반발한 유럽연합(EU)은 이 사안을 WTO에 제소했다. 그 결과 WTO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시정조치를 권고했으나, 인도네시아는 경제안보의 명분으로 이를 무시하고 있다.
셋째, 최근의 산업정책은 그 목적과 대상 산업이 과거와는 다르다. 과거는 비교우위를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그 대상이었지만, 현재는 기후변화와 공급망 개편에 필요한 산업 그리고 자원 민족주의에 대비하기 위한 지하자원의 확보 등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즉 비록 비교우위가 없는 산업이더라도 자국에서 생산할 필요가 있는 산업들이 그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산업정책에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 경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국 정부는 동맹의 논리로 미국 등 우방국을 설득해야 한다. 자국 기업만 편애하는 단기적이고 좁은 시각으로 산업정책을 펼치면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게 되며,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또한 자국 생산만 고집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힘겹게 쌓아놓은 자유무역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임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새로운 공급망 개편 등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및 유럽 등은 공급망 개편을 위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 수입하던 제품들을 자신들이 믿을 수 있는 우방국에서 수입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새로운 공급망의 한 축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한국의 투자 및 생산 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특히 과도한 규제, 높은 생산비용, 그리고 경쟁력 없는 세제를 개혁해야 할 것이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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