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箱의 시, 이렇게 읽으면 어렵지 않아요"
시집 '영원한 가설' 출간
"지금까지 나온 이상(李箱) 책은 모두 의미가 있지만 오자가 없는 전집은 없었다."
시인 이상(1910~1937)의 일본어 시 28편을 엮은 '영원한 가설'(읻다 펴냄)이 출간됐다. 책을 번역한 김동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사진)는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으로서 그 시대 언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현대 한국어로도 독자들이 읽을 수 있는 시집이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근대문학 연구자에게 시인 이상은 풀리지 않는 숙제다. 연구도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임종국 편 '이상 전집'(1956)이 선두에 서고, 이어령 편 '이상 전작집'(1977~1978), 이승훈·김윤식 편 '이상 문학전집'(1989~1993), 김주현 편 '정본 이상 문학전집'(2005), 권영민 편 '이상 전집'(2009) 등이 정통 학계 명맥을 잇는다. 김동희 번역가는 이상의 일본어 시 원문을 되짚는다. 가령 이상의 시에 '四角形의 內部의 四角形의 內部(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의 내부)'란 표현이 있다. 일본어 원문에선 '내부'가 아닌 '중(中)'으로 기록돼 있다. 임종국 선생의 '이상 전집'에서 '내부'로 쓰니 훗날의 연구자들이 모두 '내부'로 사용했다는 게 김 번역가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어 원문의 '중'을 '내부'로 번역한 건 의도적 의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사각형의 안의 사각형의 안'으로 번역했다. 원문에선 '속'의 의미이므로 직역해야 옳다"고 말했다.
또 이상의 시 '차8씨의 출발'에서 '沙漠에盛한한대의珊瑚나무(사막에 성한 한 대의 산호나무)'를 기존 해석과 달리 '사막에 자라난 한 그루의 산호나무'로 번역한다. 동사를 읽기 쉽게 변형해 지금 읽어도 단번에 이해가 간다.
김 번역가는 "해외에서 연구자와 만나 한국문학 전공자라고 하면 이상 전공자인지부터 먼저 물어본다. 일본·대만에서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한국 시인으로 이상이 읽히고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김 번역가는 '영원한 가설'에 실린 시 28편을 번역하는 데 1년3개월이 소요됐다고 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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