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껴안고 입맞춤”... 배우 출신 일본 女정치인, 연설중 성추행당해
일본에서 거리 연설을 하던 구의원 후보가 낯선 남성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일은 지난달 여성 후보자에 대한 성적 괴롭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15일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경시청은 강제추행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지난 13일 오후 6시쯤 세타가야구에서 거리 연설을 하고 있던 와카바야시 리사(36)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며 접근한 뒤 억지로 껴안고 입맞춤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현장에 있던 유권자의 신고로 즉시 체포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있었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와카바야시는 우익 정당 일본유신회 후보로, 오는 4월 16일 열릴 예정인 지방선거에서 도쿄도 세타가야구 의원에 출마한다. 대학 졸업 후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다 지난 1월 정치계 입문을 선언했다.
와카바야시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14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그는 “어제 연설 중 모르는 남성에게 강제로 추행을 당했다”며 “남성이 ‘사진을 찍자’고 다가오더니 갑자기 안아 억지로 키스를 시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우 충격이지만, 무너지지 않고 앞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지방선거를 앞둔 일본에서는 지난달부터 여성 출마자들의 인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거리 연설에 나선 여성 후보자들이 성범죄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투표를 빌미로 성추행하는 일이 빈번해지자 일본에는 ‘표 괴롭힘’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여성 후보자들에게 무료로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스탠바이위민’(Stand by Women) 대표 하마다 마리는 “비서가 없고 혼자서 이동하는 지방 의원들일수록 이런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했다.
실제 피해 사례를 호소하는 여성 의원도 있었다. 도쿄도 마치다시의 히가시 토모미 시의원은 “남성 유권자들로부터 여러 번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며 “그들은 악수할 때 내 손을 쓰다듬기도 하고, 겨드랑이까지 손을 미끄러뜨리며 신체를 만지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정치인은 유권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심리를 이용해 여성 정치인이나 후보자들에게 접근한다”고 했다. 이어 “밤에는 만취한 유권자가 끌어안는 일도 있었다”며 “당선 2개월 뒤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을 앓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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