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한 '건축무한육면각체' 띄어쓰기…이상 일본어 시 번역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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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 內部의 四角形."(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
시인이자 평론가인 임종국(1929∼1989)이 1956년 발간한 '이상전집'을 보면 이상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 중 한 작품인 '오 마가쟁 드 누보테'(AU MAGASIN DE NOUVEAUTES)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시는 조선총독부 건축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인 조선건축회 기관지 '조선과 건축'(朝鮮と建築)에 실린 일본어 작품을 임종국이 번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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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번역에 '반기'…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해석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內部의四角形의 內部의 四角形."(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 내부의 사각형.)
시인이자 평론가인 임종국(1929∼1989)이 1956년 발간한 '이상전집'을 보면 이상의 연작시 '건축무한육면각체' 중 한 작품인 '오 마가쟁 드 누보테'(AU MAGASIN DE NOUVEAUTES)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 마가쟁 드 누보테'는 제목인데 불어로 새로운 상품이 있는 상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어서 맥락상 백화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띄어쓰기가 거의 없는 표기가 안 그래도 난해한 이상(본명 김해경 1910∼1937)의 시를 더 어렵게 한다.
이 시는 조선총독부 건축인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인 조선건축회 기관지 '조선과 건축'(朝鮮と建築)에 실린 일본어 작품을 임종국이 번역한 것이다.
나중에 한자를 한글로 바꾼 버전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띄어쓰기가 거의 없으니 보는 사람을 질리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관례를 거부하고 띄어쓰기를 넣어 이상의 일본어 시를 새로 번역한 시집 '영원한 가설'(읻다)이 출간된다.
이상이 1931∼1932년 '조선과 건축'에 실은 일본어 시 28편을 현대의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서 묶었다.
정지용의 일본어 시와 산문을 옮긴 바 있는 김동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가 번역을 담당했다.
출판사는 이상이 "본고에서 띄어쓰기 없음을 의도했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해 기존 번역과 달리 띄어쓰기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어는 기본적으로 띄어 쓰지 않지만, 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는 한글 맞춤법에 맞게 띄어쓰기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런데도 이상 작품을 번역할 때는 유독 띄어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본 것이다.
김 연구교수는 15일 열린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상뿐만 아니라 당대 다른 시인들도 (띄어쓰기를) 잘 안 넣었어요. 그러나 그 시인들의 작품을 우리가 전집으로 만들 때는 다 띄어쓰기 표기를 한다"면서 유독 이상의 작품만 띄어 쓰지 않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발표된 것이 1933년이고 그전에 발표된 시들은 띄어쓰기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일본어처럼 붙여 쓴 것이 꽤 눈에 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교수의 손을 거치면서 원문은 새롭게 해석됐다.
유정이 '광녀(狂女)의 고백'에서 "慈善家(자선가)로서의여자는한몫보아준心算(심산)이지만" 이라고 번역한 대목은 이번에 "자선가로서의 여자의 발벗고 나설 심산으로"라고 바뀌었다.
또 'AU MAGASIN DE NOUVEAUTES'의 일본어 원문에 '中'(나카)이라고 표기된 것을 임종국은 '內部'(내부)로 의역했지만 김 연구교수는 '안'이라고 직역했다. 띄어쓰기도 추가했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조선과 건축'에 실린 일본어 원문의 글꼴과 배치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영인본을 활용해 원문 이미지를 번역본과 나란히 실은 것이다.
현대와는 조금 다른 일본어 표기 외에도 인쇄 상태나 활자의 모양 등 비언어적인 요소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새롭게 해석한 이상 작품에 독자와 학계가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김 연구교수는 앞서 이승훈(1942∼2018)의 전집에서 '이상한 가역 반응'이 남녀의 성적인 관계로 해석됐다고 소개하고서 "그렇게 한정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고 이견을 제기했다.
그는 "작품 원문을 보면 새로운 번역의 가능성 또는 해석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 해석과 각주를 전부 반영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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