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새시대]尹-기시다 만찬 소식에…128년 오므라이스집 '북적'

최동현 기자 권진영 기자 2023. 3. 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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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만찬 장소 '렌가테이'…"기사 보고 왔다" 인파 몰려
日 최고의 손님 접대 '오모테나시'…"한일관계 개선" 한목소리

[편집자주] 한일정상회담이 오는 16일 열린다. 약 4년 10개월만에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은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 전 분야에서 교류의 물꼬를 틀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 발전이라는 측면을 넘어,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동북아 안보 지형의 한 축인 한미일 지각판을 완성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뉴스1은 정치부·외교안보부·산업1부·국제부 기자가 참여하는 도쿄 특별취재팀을 구성, 한일 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현지 취재로 전한다.

15일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128년 역사의 경양식 식당 렌가테이(煉瓦亭) 앞에 긴 대기줄이 생겼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6일 정상회담 후 렌가테이에서 '특별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2023.3.15/뉴스1 최동현 기자

(도쿄=뉴스1) 최동현 권진영 기자 = "기사 보고 왔어요. 평소보다 더 붐비네요."

15일 일본 도쿄 긴자의 한 허름한 경양식집 앞에 긴 대기줄이 생겼다. 고급 레스토랑과 명품 부티크가 즐비한 번화가였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빨간 벽돌로 지은 허름한 노포(老鋪)로 향했다. 16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특별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진 '렌가테이'(煉瓦亭)였다.

15일 찾은 렌가테이는 한일 양국에서 찾아온 인파로 북적였다. 렌가테이는 메이지 시대인 1895년 창업해 128년째 대를 잇고 있는 경양식집으로, 일본식 포크커틀릿인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바삭한 튀김 옷과 버터향이 진한 달걀 요리가 특징이다.

렌가테이는 지난 14일 요미우리신문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만찬 예정지로 보도하면서 재조명됐다. 윤 대통령은 과거 일본여행 도중 렌가테이에서 맛봤던 오므라이스를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일본 정부가 윤 대통령의 추억을 반영해 2차 만찬 장소로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상의 만찬 장소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렌가테이에는 평소보다 세 배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일본인 사이토씨(65·여)는 "역시나 오므라이스를 먹으러 왔다"며 "유명한 가게여서 평소에도 줄을 서서 먹긴 하지만 오늘처럼 붐빈 적은 처음이다. 두세배 더 많은 것 같다 "고 했다.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왔다가 렌가테이를 찾았다는 A씨는 동행한 아버지에게 "대통령보다 먼저 드시니까 좋으시겠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여행을 왔다는 임세준씨(23)도 "윤 대통령이 내일 여기서 만찬은 한다는 뉴스를 보고 와봤다"고 했다.

15일 일본 도쿄 긴자의 경양식 식당 렌가테이(煉瓦亭)에서 주문한 오므라이스. 2023.3.15/뉴스1 최동현 기자

렌가테이에 들어서자 짙은 갈색 목재로 바닥과 벽면을 채운 오래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벽에는 'CASH ONLY'(현금만 받습니다) 글귀와 메이지 시대 옛 긴자 거리 그림이 붙어있었다. '원조 포크커틀릿', '메이지탄생 오므라이스' 등 메뉴 이름으로 노포의 자부심이 한껏 드러냈다.

일본은 해외 각국 정상이 방문할 때마다 일본식 최고의 손님 접대인 '오모테나시'로 환대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일했을 때 일본식 정원으로 유명한 '핫포엔'에서 만찬을 열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19년 5월 '골프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에 맞춰 지바현에서 골프를 쳤다.

렌가테이를 찾은 시민들 사이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사이토씨는 일본 내 혐한(嫌韓) 문화에 대해 "사실 다들 (한일관계가) 좋아지길 바랄 것 같다. 일본 사람들은 내막을 몰라도 일단 '싫어'라고 대답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젊은 사람들은 (한국을) 엄청 좋아하지 않나. 양국 협력이 더 깊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임세준씨는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룰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한일 간에 젊은 세대들이 취업하거나 학술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경제적·학술적 지원들이 강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임씨는 "일본 정부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만 표현했는데 사죄나 반성의 의미가 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강제동원을 당하신 분들이 대부분 고령자인데, 양국이 빨리 합의를 이뤄서 배상하는 것이 진정한 한일관계 개선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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