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삼성, 역대급 반도체 투자…"기술 패권 공세"

오진영 기자, 임동욱 기자 2023. 3. 1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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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기범 기자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60조원을 투입해 반도체·배터리 등 제조업 핵심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와 기업이 발을 맞춰 패권 다툼이 심화되고 있는 핵심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 재계는 큰 기대감을 보였다. 외신들도 이날 발표를 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는 15일 경기도 용인을 국가 첨단산업단지로 조성하고, 지방에도 14개 국가산단을 지정해 반도체·미래차·우주 등 첨단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의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지정으로, 역대 산단 중 최대 규모다. 300조원에 달하는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용인과 기흥, 화성, 평택, 이천을 연결해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이날 삼성전자도 반도체 패키지와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 등 제조업 핵심 분야의 집중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 SDI, 삼성전기 등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 등 비수도권 사업장이 대상이다. 각 지역이 해당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자는 취지다.

업계는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국내 첨단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적기라고 평가한다. 최근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도입하고, 중국이 수십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줴치(굴기)를 시도하는 등 첨단산업의 자국 중심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와중 국내 산업에도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첨단산업이 국가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절박감도 반영됐다.

한국반도체협회는 공식 환영입장을 통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과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 확보·인력 확충 등 시스템반도체 맞춤형 지원 전략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튼튼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업 투자에 긍정적인 환경을 위해 노력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며, 반도체 업계도 계획한 투자 추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업과 정부가 함께 나서는 것에 대한 호평도 잇따랐다. 미국과 중국 외에도 대만·일본·유럽 등 주요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업 중심의 지원안을 수립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최근 구역 내 녹색 산업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 를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투자안은 세계적인 수준의 제조 역량과 기술을 갖춘 국내 첨단산업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향후 다른 기업들도 경쟁국과의 격차 확보를 위한 투자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안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의 대규모 투자 소식을 전한 블룸버그 기사 /사진=블룸버그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날 첨단산업 투자계획에 대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가장 공격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삼성의 투자는 글로벌 반도체 제조를 선도하겠다는 한국의 야망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니케이는 '삼성, 한국에 반도체 신거점, 위탁생산 총 31조엔 투자' 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가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반도체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의식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자국 내 거액 투자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은 미국에서도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최첨단 공장을 자국에서 운영하면서 미국에서도 일정한 양산 규모를 확보함으로써 지정학적 리스크 저감을 노렸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도 삼성이 한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육성 노력에 부응해 2042년까지 세계 최대 반도체 단지에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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