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 vs 김여정' 암투극 벌이나…北 왕조 치열한 권력투쟁

美 CSIS 빅터 차·카트린 프레이저 한국석좌
김주애 잦은 등장, 엄마 리설주-고모 김여정 권력투쟁 때문?
'북한 리더십에 대한 답없는 질문들' 보고서 통해
"김여정 힘 커지자 후계자 있다는 것 확인하려해"
"김정은 이른 시일 내 죽으면 김여정 지도할 것
야망 있고 큰 신뢰 받아…첫 번째 여성 지도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최근 자주 등장하는 것은 리설주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간의 권력 갈등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카트린 프이저 카츠 한국석좌는 14일(현지시간) 발간된 '북한 리더십에 대한 답 없는 질문들' 보고서에서 최근 김주애의 잦은 등장 의도를 △김정은의 부성애를 부각 △김씨 일가의 권력을 과시하고 미래세대 후계를 암시 △무기 체계에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 등으로 분석했다. 이어 "더 극단적이면서도 그럴듯한 설명은 리설주와 김여정 간의 권력 투쟁"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2020년 2월 삼지연극장에서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정은, 리설주,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 김 부부장. 조선중앙TV

 CSIS는 "정권 내 김여정의 정치적 힘이 커지기 시작하자, 리설주가 그녀를 점검하고 자신의 아이가 후계 구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든 설명, 혹은 일부 설명의 조합이 설득력 있어보인다"고 덧붙였다.

CSIS는 관련 워크숍에 참석한 독립 학자와 전직 미국 정보분석관들을 인용해 "김정은이 이른 시일내 죽거나 정상적 활동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김여정이 전환기의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CSIS는 김 부부장에 대해 "수년 간 북한 체계 내에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이 북한 선전선동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고 대남·대미 정책을 총괄한 점 등을 거론하며 "정치에 관심이 없으며 오래 전 왕위를 넘겨준 오빠 김정철과 달리 야망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해 2월 공개한 기록영화 '위대한 승리의 해 2021년'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측근 4명이 말을 타고 달리는 장면을 공개했다. 왼쪽부터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정은, 현송월, 리설주, 김여정. 연합뉴스

또 전문가들을 인용해 "김여정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엄격하게 짜여진 일정 속에서 오빠에게 재떨이를 전달하는 등 유일하게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물"이라며 "김정은에게 강력하게 신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CSIS는 김여정이 권력을 승계받을 경우 "첫 번째 여성 지도자이자 수평적 권력이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SIS와 패널들은 김주애가 김정은의 후계자일 가능성, 혹은 김정은의 장남이 후계자일 가능성, 혹은 첫째 아들이 없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놓았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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