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항암제 안 듣는 ‘난치암’ 치료할 길 찾아내

이승구 2023. 3. 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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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의대 정재호·박기청 교수 연구팀, ‘신약 후보물질’ 발견
“기존 항암제·선도물질 동시 투여…암세포 성장 억제 10배 효과”
항암제 연구. 게티이미지뱅크
 
항암제로도 치료가 안 되는 난치암에 대해 치료 효과를 보이는 신약 후보물질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관심을 모은다. 

기존 항암제와 신약 후보물질을 동시에 투여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연구를 계속해 항암제 저항성 암에 대한 표적 항암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세대 의대 외과학교실 정재호·박기청 교수 연구팀은 기존 항암제로 치료할 수 없던 암 줄기세포의 생존 원리를 알아내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선도물질을 찾았다고 15일 밝혔다. 

우리 몸의 각 조직은 줄기세포를 갖고 있어 성장과 재생을 반복한다. 전체 암 중 1~2% 정도는 자기 재생 능력이 있는 ‘암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항암제의 공격에도 스스로 재생하고 다른 세포로 분화하면서 암 재발과 전이의 원인이 된다. 

일반 암세포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종양의 미세환경이 나빠져 사멸한다. 항암제로 인해 암세포가 받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지속하면 단백질 ‘IP3R’가 분비하는 칼슘이온이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에 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 환자에서는 암 줄기세포가 활성화되며 강한 항암제 저항성을 보인다. 이런 경우 저항성이 너무 강해 기존 항암요법으로는 치료가 불가해서 ‘난치성 암’으로 구분한다. 

선도물질(candidate 13)을 옥살리플라틴(빨간 표시)과 소라페니브(파란 표시) 와 각각 병용 투여하자 다른 비교군들과는 달리 종양 크기의 성장 속도가 확연히 줄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구팀은 먼저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의 생존 원리를 확인했다. 항암제 복용 중 재발‧전이된 환자에서 채취한 암세포를 분석해 암 줄기세포를 지닌 항암제 저항성 암세포를 발견했다. 또 암 줄기세포에서 유의미하게 증가한 단백질 ‘PMCA’가 칼슘이온 농도를 낮춰 생존을 이어가는 것을 알아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항암제 저항성을 높이는 단백질 ‘PMCA’를 억제하기 위한 선도물질(candidate 13)을 개발했다. 이어 기존의 표준항암제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하는 동물 실험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

먼저 표준항암제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소라페닙'(sorafenib)에 각각 저항성을 보여 재발·전이된 환자의 암세포를 동물 모델에 이식 후 각 항암제를 종양에 단독 투여해 종양 크기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옥살리플라틴만 투여했을 때 평균 200㎣였던 종양 크기는 20일 뒤 354.44㎣, 30일 뒤 1593.2㎣, 40일 뒤에는 2756.36㎣로 계속 커졌다. 소라페니브 단독 투여 결과도 역시 20일 뒤 365.26㎣, 30일 뒤 1116.26㎣, 40일 뒤 2998.77㎣로 커지며 항암제에 저항성을 보였다.

이어 옥살리플라틴,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각각 함께 투여한 후 종양 크기를 측정하자 성장 속도가 줄어들었다.

처음 200㎣였던 종양에 옥살리플라틴과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했을 때는 20일 후 254.32㎣, 30일 후 288.41㎣, 40일 후 283.44㎣로, 역시 처음 200㎣였던 종양에 소라페니브와 선도물질을 병용 투여했을 때는 20일 후 274.33㎣, 30일 후 303.14㎣, 40일 후 298.97㎣로 단독으로 투여했을 때에 비해 오히려 크기가 줄어들기도 하는 등 성장 속도가 현저히 낮아졌다.

항암제 연구.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항암제 저항성 암뿐만 아니라 줄기세포성 암의 특징을 보이는 다른 난치성 암에도 적용할 수 있다. 종양 미세환경이 나빠졌을 때 세포질 내 칼슘이온 농도를 조절해 사멸을 피한다는 점이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제 저항성 암 치료를 위해 기존 항암제와 선도물질을 동시 투여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난치성 암 치료를 위한 치료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암 치료 전반은 물론 그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지 못했던 항암제 저항성 암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치료제 개발에 큰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외에 특허 출원했으며, 항암제 개발을 위해 국내‧외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추가 선도물질 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연구팀을 중심으로 연세의료원은 국내외 기업과 협업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추가 기술 이전과 임상 현장에서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의학 저널 ‘BMC 의학’(BMC Medicine) 최신 호에 실렸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포항공대 생물학 연구정보센터(BRIC)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도 선정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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