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구 42% 영양실조, 여성들은 가정폭력·성폭력 노출”

김서영 기자 2023. 3. 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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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연합뉴스

북한 인구 약 42%가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고,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성차별과 성폭력 위협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15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보건 현황과 여성 인권 실태를 다뤘다.

보고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료 등에 근거해 2021년말 기준 북한 인구 60%가 식량 부족에 따른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식량 불안을 호소하는 인구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40%에서 20%포인트 증가했다. 아울러 2019년~2021년 북한 인구 41.6%가 영양실조로 고통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대부분 가정에선 하루 한 끼를 먹으며, 세 끼를 먹는 일은 사치”라고 전했다.

의약품 공급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병원에 기본 의약품과 마취제, 소독제, 정맥주사제 등이 부족해 간단한 의료 시술마저 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지난해 8월 의약품 불법 생산·판매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정이 도입된 이후 문제가 더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지난해 6월 중국에서 공급을 받긴 했으나, 주로 평양과 중국 접경 지역 거주민들이 대상이었다고 알려졌다. 이밖에도 학교 50%, 보육원 38%가 식수 및 위생시설이 부족한 상태로 파악됐다.

또한 보고서는 북한의 여성 인권 실태를 ‘관리소’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 생활 경제의 중심이 된 장마당, 모성보호, 탈북 현실 등으로 나눠 집중 조명했다.

먼저 관리소에 구금된 여성들은 통상 광산, 공장, 농장, 제조업 등에 동원돼 노역을 한다. 그 과정에서 월경 기간을 포함해 개인 위생을 챙기기가 어렵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공무원에게 성폭력을 당하거나 고문과 가혹행위에 노출되기도 한다. 또 성적인 부위를 포함한 신체 수색을 하는 관행이 최근 들어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식량도 부족해, 임신 중인 수감자가 개 사료를 훔쳐 먹어야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이 3·8 국제부녀절(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의 무도회가 지난 8일 평양 개선문광장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보고서는 장마당이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 기회 향상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장마당에서 여성들이 “부패와 통제의 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이나 관리인들이 여성에게 “성적인 행위 또는 성관계를 강요”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좋은 자리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고 더 심한 육체적 또는 성적 폭력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여성 인권 관련 언급이나 법률이 현실과 따로 노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법은 “모든 형태의 가정 폭력”을 금지한다고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폭력’을 구성하는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이 법적인 문제로 다뤄지기 힘들고, 성폭행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의 산모 사망률은 2017년 10만명 당 89명에서 2020년 107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임신중단의 규제 범위가 불분명하고 명확한 관련 법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적인 피임 방법에 대한 정보 역시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탈북을 시도한 여성이 탈북 과정 전후로 강제 결혼이나 인신매매, 성착취에 내몰리는 현실도 여성이 처한 인권 현실로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이번 보고서에는 제한적인 정보가 담겼다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탈북자 인터뷰, 탈북자 관련 연구 및 논문, 관련 보도 등을 종합해 실태를 전달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을 향해 “젠더 기반 폭력의 피해자들과 여성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유엔과 다른 국제 단체의 활동 복귀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국에는 “여성과 소녀들의 권리를 포함한 인권을 향상시킬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북한과 협상하라”고 제안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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