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방시혁이 털어놓은 SM 인수전 막전막후

정혁준 2023. 3. 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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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포럼서 “유무형 비용이 너무 커 인수 포기”
“인수 추진 과정서 아티스트·팬들께 미안하다”
“K팝 위기감…삼성·현대처럼 글로벌기업 등장 중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유무형 비용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에스엠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했다.

방 의장은 1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포럼에서 “인수(결과)를 승패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하이브는 에스엠 경영권을 놓고 카카오와 인수전을 벌이다,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는 대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뤘다.

방 의장은 “인수는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저희가 인수에 들어가며 에스엠의 오랜 문제인 지배구조를 해결한 것에 만족한다”며 “하지만 이렇게 말해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방 의장은 에스엠 인수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와 관련된 뒷얘기를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는 “하이브가 에스엠 인수 카드를 추진한 것은 2019년부터다. 그해에 오퍼(제안)를 조용히 두차례 넣었다. 여러분이 뜬소문으로 들었듯이 거절당한 것도 맞다”고 했다.

하이브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었다. 그는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성장 동력을 위해 케이팝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찬성 의견이 있었고, 그 정도 돈을 글로벌 시장에서 좀 더 미래적으로 쓰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그 뒤 이수만 에스엠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갑자기 자신의 지분 인수 의향을 묻는 연락이 왔고, 이를 받아들이면서 인수전이 이어졌다고 했다.

인수를 중단한 배경에 대해선 “인수전에 들어갔을 때 생각했던 에스엠의 기업 가치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주주 가치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들면서까지 인수전엔 들어갈 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며 “기업 통합 과정에서 수많은 시간과 노력, 자원이 들어가고 구성원의 감정 노동이 들어가는데 이것까지 감내하고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카카오와의 협상이 끝난 뒤 이 전 총괄에게 인수를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총괄은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라고 반응했다고 전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관훈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방 의장은 이번 인수전으로 에스엠 아티스트와 팬이 큰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사과했다. 그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케이팝을 이 자리까지 끌어오는 데 기여했지만, 본인의 업을 다하며 이 산업 전체에 기여한 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며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자극적인 말에도 아티스트는 자기 자리에서 가슴앓이 하면서 본인의 일을 충실히 했고, 팬은 그들을 응원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인수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고개 숙였다.

방 의장은 하이브가 가진 15.8%의 에스엠 지분에 대해선 “(인수 관련) 팀을 다 휴가 보냈다”며 “그분들이 오늘내일 다 복귀한다. 그때 논의를 거쳐 결정하겠다. 합리적으로 선택하려고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력’에 대해서도 “아직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실질적 협력이 되도록 준비하고 있고 보여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방 의장은 케이팝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글로벌 산업이 됐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짚었다.

방 의장은 케이팝을 ‘다윗’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음반 시장에서 국내에 거점을 두고 있는 케이팝 회사들의 매출 점유율은 2% 미만”이라며 “한마디로 현재의 케이팝은 세계 시장에서 ‘골리앗’과 같은 대형기업 틈에 있는 ‘다윗’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케이팝 시장에서도 현 상황을 돌파해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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