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일하는 한국인 ‘kwarosa’...외신도 주목한 ‘주69시간제’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3. 1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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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 저지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호주 언론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주 최대 69시간제’를 집중 조명했다. 특히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로사를 한국어 발음과 똑같은 ‘kwarosa’로 표기해 눈길을 끌었다,

15일 호주ABC방송은 전날 ‘한국, 주 69시간 근무제 제안,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 통과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한국 정부가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며 이를 69시간으로 늘리기 위해 여당과 야당이 국회에서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급격한 출생률 하락으로 고령화 위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노동 유연성을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ABC방송은 “한국인들은 지금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오래 일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평균 1915시간을 일해 평균(1716시간)을 크게 웃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주 5일 연속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근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며 “노동자의 건강과 휴식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근로문화 탓에 한국에는 ‘kwarosa’라는 표현이 존재한다며, 극심한 노동으로 인한 심부전이나 뇌졸중으로 돌연사하는 것을 일컫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일본에도 한국의 과로사와 같은 의미인 카로시(kasroshi)가 있다. 중국에서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한다는 ‘996’이라는 줄임말이 쓰인다.

반면 호주는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은 38시간이다. 한국과 달리 연장 근무 상한선은 없지만 근로자들은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초과근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 시간은 아시아 국가에 비해 길지 않다.

호주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대학의 코니 정 부교수는 아시아의 근로 시간이 긴 것에 대해 “서양 사회는 더 개인주의적이고 비 계층적인 경향이지만, 아시아는 집단주의적이고 위계적인 문화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법정 근무시간 주 40시간에 연장근무를 주 12시간까지 허용하는 현재의 주 52시간제를 손질해,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노동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노동계에서는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지금도 일부 사업장은 사용자가 포괄임금제를 악용해 근로자의 연장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주어진 연차 휴가도 눈치를 보며 사용하는 실정이라 장기 휴가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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