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협력 없어도 순풍…유럽 화성 탐사차, ‘최대 깊이’ 굴착 실험 성공

이정호 기자 2023. 3. 15.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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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m 파내려가…역대 최고 기록의 25배 깊이
‘우크라 전쟁’으로 발사 지연…2028년 화성행
유럽우주국(ESA)이 개발한 무인 화성 탐사선인 ‘로잘린드 프량클린’이 운영되는 상상도. 2028년 지구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ESA 제공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똑같은 제원을 가진 쌍둥이 기체에 장착된 굴착용 드릴. 최근 실험에서 모의 화성 토양을 1.7m 파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ESA 제공

유럽이 개발한 무인 우주 탐사차량의 시험용 기체가 모의 화성 토양을 성인 키 높이인 1.7m 파내려가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 화성에 간 어떤 탐사차량보다 깊은 구멍을 냈다.

과학계에선 화성 땅 속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향후 우주과학 분야에 중요한 진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우주국(ESA)은 14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무인 화성탐사 차량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작동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지구 실험실에서 운용 중인 쌍둥이 기체의 최근 성능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중량 310㎏에 바퀴 6개가 달린 탐사 차량이다. 지형과 암석을 살필 수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 등이 장착됐다. 전체적인 덩치는 여행 갈 때 쓰는 대형 캐리어만하다. 쌍둥이 기체도 똑같은 조건이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은 화성의 땅을 뚫는 일, 즉 ‘굴착’이 핵심 임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땅 속에선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의 강도가 약해진다. 방사선은 생명체의 DNA를 손상시킨다. 이 때문에 화성 생명체가 있다면 땅 속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땅을 뚫어 토양에 섞인 물질을 분석하면 지구 밖 생명체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ESA는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시험용 쌍둥이 기체가 지구의 모래와 화산 부산물로 만든 모의 화성 토양이 깔린 이탈리아 실험실에서 1.7m를 파내려가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구의 실험실에서 기록한 것이긴 하지만, 이번 굴착 깊이는 단연 눈에 띈다. 지금까지 화성에서 기록된 가장 깊은 굴착 기록은 2021년 화성에 도착한 미국 탐사차량 ‘퍼서비어런스’가 세운 7.1㎝이다. ESA는 “약 25배 깊은 구멍을 냈다”고 설명했다.

굴착 시작 뒤 깊이 1.7m까지 파내려가는 데 3일, 시료를 채취해 지면 밖으로 끄집어내는 데에는 하루가 더 지난 4일이 걸렸다고 ESA는 설명했다. 이번 성공으로 사실상 지표면을 긁어내는 수준이었던 지금까지의 화성 지상 탐사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ESA가 공개한 굴착 장면을 보면 어른 엄지 손가락만 한 굵기의 금속 드릴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수직으로 구멍을 파내려간다. 지구의 여느 드릴과 다르지 않은 작동 방식이다. ESA는 깊이 2m까지 굴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ESA는 굴착을 통해 40억년 전 화성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기 물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계에선 당시 화성에 지구처럼 물이 풍부했을 것으로 본다. 과거에 생명체가 존재했던 흔적은 물론 지금 생존하는 생명체를 찾아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화성에 보내려면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는 2020년에 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인해 좌절됐다. 인력 이동을 막는 봉쇄 조치로 인해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개발한 유럽과 운송용 로켓과 착륙선을 제공하기로 한 러시아 연구진 간의 대면 업무 협조에 장애가 생겼다.

지난해 발사가 재시도될 예정이었지만, 이번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문제가 됐다. 유럽이 러시아와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ESA는 로잘린드 프랭클린을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의 발사체로 2028년에 쏠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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