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졌잘싸’냐 하겠지만…” 하이브 방시혁의 ‘SM 인수전’ 자평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psyon@mk.co.kr) 2023. 3. 1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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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현 시대 ‘K팝 리더’로서 글로벌 음악시장에서의 K팝과 자신의 회사 하이브에 갖고 있는 고민을 솔직하게 밝혔다. 최근까지 업계를 달군 ‘SM 인수전’ 막전막후도 소상히 전하며 글로벌 기업 리더로서 갖게 된 또 다른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초청 관훈포럼이 열렸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방 의장은 글로벌 음악 시장 내 K팝 열풍의 현재를 짚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삼성이 있고 자동차 시장에 현대가 있듯 K팝도 현 상황을 돌파해 나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등장과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K팝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무엇보다 이날 포럼은 최근 하이브가 SM 인수 절차 중단을 공식화한 뒤 방 의장이 처음으로 나서는 공식석상으로 관심을 모았다. 기조연설 이후엔 하이브가 SM 인수에 뛰어든 시점부터 인수 포기 결정을 내리기까지 방 의장과 구성원의 치열했던 고민과, 인수 과정에서 맺은 계약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의식한 듯, 방 의장은 본격 강연 시작에 앞서 “제가 사실 굉장히 긴장해서 2주 전부터 오늘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났더니 기침감기가 있더라.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리고 시작하겠다”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또 SM 인수전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진지한 질문이 많이 나올 줄 몰랐다”면서도 비교적 차분하게 있는 그대로의 소회를 밝혔다.

“지속가능한 하이브·넥스트 방시혁…소명의식으로 K팝 미래 고민 중”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작곡가로 음악을 시작했으나 “어쩌다보니 K팝을 대표해 이런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는 순간까지 오게 됐다”고 운을 뗀 방 의장은 “음악을 오래 하고 싶어 회사를 차렸고,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려면 내가 이 자리에 없더라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5년 후가 됐건 10년 후가 됐건 ‘방시혁 다음’을 준비하는 데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경영자로서의 고민을 언급했다.

방 의장은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일하다 보니 요즘은 현재의 K팝, K콘텐츠의 경계를 좀 더 확장하기 위한 방아니나 음악산업 자체의 가능성과 영향력을 보다 키워나갈 수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누가 저에게 책임을 맡긴 적은 없지만 이는 업계의 리더로서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방 의장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로 본격화된 K팝의 현 주소에 대해 “분명 ‘신드롬’으로 여겨지고 있고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글로벌 산업이 됐다”면서도 “저는 우리가 지금의 이 자랑스러운 성취에 만족하기보다는 오히려 위기감을 가져야 할 때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방 의장은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넘어야 할 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국내 거점을 두고 있는 주요 K팝 회사들의 글로벌 음반원 시장 전체에서의 매출 점유율은 아직 2% 미만인 반면 글로벌 음악기업 메이저 3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 소니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은 한 회사가 15~30%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3사를 합치면 전체 음악시장의 67.4%를 차지한다”며 “현재의 K팝은 세계시장에서 골리앗 같은 메이저 3개 기업 틈에 있는 다윗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골리앗과 같은 기업들이 다윗의 존재를 이제 막 눈여겨보기 시작했다는 건 어찌보면 고무적이나, 세계 음악시장의 전반적인 흐름을 봤을 때 간과해서 안 되는 또 하나의 지표는 미국 등 주류 시장에서 K팝의 성장률이 최근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주류 음악시장서 K팝 성장률 둔화…현 성취 안주하면 한순간 도태될 것”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방 의장이 소개한 관세청 음반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빌보드 핫100 차트 기준, 2021년 대비 지난해 K팝 음반의 차트인 횟수는 약 53% 감소했고 K팝 음반 수출 성장률도 2020년부터 감소세다. 또 동남아 주요 국가의 음반수출 성장률을 2022년 전년도 동기대비 -30%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스포티파이 차트에서 연 평균 K팝 점유율이 작년 대비 28% 감소하는 역성장 추세를 보였다.

방 의장은 “이러한 지표들은 현장 일선에 있는 종사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한다”며 “글로벌 K팝 아티스트는 있되 걸출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아직 없는 현실은 필연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산업적 힘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방 의장은 그러면서 “현업에 있는 이들은 지금의 인기가 반짝 지나가는 것이 되면 안 된다는 위기감, 사명감 속에서 매 순간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지금의 성취에 안주하면 그간의 노력과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도태될 것이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 의장이 생각하는 K팝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까. 방 의장은 “K팝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슈퍼스타의 반복적 탄생을 뒷받침해줄 인프라가 산업 전반에서 보다 탄탄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IP 자체를 넘어 기업 단위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워나가야 하며, 글로벌 유통사들을 상대로 협상력을 키워나가려면 규모의 경제를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방 의장은 “하이브의 경우 이카타 홀딩스, QC 미디어홀딩스와 같은 미국 현지 음악 회사들을 인수하고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에 있는 게펜 레코드와 합작회사도 설립하며 글로벌 1위 음악시장인 미국에 깊이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강력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해, 현지 기업들과 대등한 수준의 존재감, 영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멀티 레이블,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 등 지속적 슈퍼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운영방식과 ‘사람’에 대한 가치를 언급하며 K팝의 발전을 위한 고민을 소개한 방 의장은 “현재의 K팝은 융합의 시대에 계속해서 기존 틀을 깨고 글로벌 대중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잡아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ㅁㅕ “우물의 안이 아닌 밖을 보며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슈퍼IP를 배출해 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기업 자체로의 지속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SM 인수전, 승패로 보지 않아”…시작부터 끝까지 다 털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인수하며 SM 1대 주주로 올라서 업계 파장을 일으켰으나 SM 지분 공개매수에 실패하고 카카오와의 ‘적대적 M&A’ 주장 난타를 거듭하던 끝에 지난 12일 SM 인수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날 방 의장은 “사실 하이브가 SM 인수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은 2019년부터다. 2019년에 이미 제안을 넣었었고, 이것이 기사로 나온 적은 없고 루머로만 돌아다녔다. 2019년부터 두 번 오퍼 넣었고 거절당했던 것도 맞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내부에서도 찬반 양론이 있었다. 찬성 의견은 글로벌 성장동력의 일환으로 K팝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였고, 반대 입장에선 그 정도 돈을 좀 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적, 혁신적으로 쓰는 게 맞지 않겠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격적으로 인수를 결정한 데 대해 방 의장은 “그런데 우리에게도 굉장히 갑작스럽게 이수만에게 연락이 왔고 지분 인수 의향을 물었다”며 “내부에서 짧게 토론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과거에 인수를 반대했던 요인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해서 지금은 가도 좋겠다고 생각해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분 인수 결정 후 진행된 치열한 인수전 등 파장에 대해서는 “예상 밖”이었다고 했다. 방 의장은 “이수만 지분을 인수하고, 평화적으로 (SM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이후 시장 과열이나 생각 이상의 치열한 인수전에 대해서는 저희 예상 밖이었던 게 사실이다. 우리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SM에 대해 생각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한 명확한 가치가 있었고, 어느 순간 우리가 생각한 가치를 넘어선다고 생각이 든 뒤 고민이 있었고, 끝끝내 인수가 맞느냐에 대한 논의가 치열하게 있었다”고 말했다.

인수를 중단한 건 ‘하이브스러움’을 넘어선 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에 있었다. 방 의장은 “처음 인수에 들어갈 때의 가치를 넘어선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이 이렇게 과열되고 우리 주주가치 흔들고 시장을 흔들며 전쟁으로 바라보며 들어갈 순 없다고 생각했다. 외부에서는 숫자만 보이지만, 인수하는 입장에선 인수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기업 통합에는 수많은 리소스가 들어가고 구성원의 감정노동이 들어가는데, 이것까지 감내하며 이 선택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이브스럽지 않다고 생각했고, 원래 로드맵대로 글로벌로 가고 좀 더 혁신적인 데 투자하자는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SM 인수 과정이 ‘쩐의 전쟁’이 되면서 정작 중요한 주체인 아티스트와 팬들이 상처받은 데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기업이 K팝을 이 자리까지 끌고 오는 데 굉장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이 어떤 기여를 했건 본인이 리드한 것은 아티스트라는 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며 “사람들이 인수를 전쟁으로 바라보는 자극적, 말초적인 상황에도 아티스트들은 자기 자리에서 가슴앓이하며 본업을 했고, 팬들도 응원했다. 이 인수가 우리나 카카오나 아티스트와 팬들에게 더 나은 일을 위해 시작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팬을 배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쟁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서 골치 아픈 적은 없었는데, 매니지먼트 하는 입장에선 미안했다”고 말했다.

“남들은 ‘졌잘싸’냐 말하겠지만…” 하이브의 득(得)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SM 인수 발표 후 근 한 달 동안 벌어진 일련의 과정이 ‘SM 인수전’으로 표현되며 승패의 관점으로 표현되는 데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며 하이브가 인수 절차를 중단한 것이 결코 ‘졌지만 잘 싸운’ 패배가 아니라고도 언급했다. 그는 “물론 여론이나 사람들 관점에서는 이걸 재미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승과 패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인수라는 것은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오기로 하면 안 되고, 합리적 선택이고 우리 기업 미래에 맞는 일인가, 주주가치 훼손하지 않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며 “인수를 승패로 바라보는 관점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또 “아무리 이야기해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자기위로하는 것이라) 하는 분이 있을 거다. 하지만, 하이브는 미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IP와 아티스트 중심으로 생각하는, 우리 회사에서 솔루션이라 생각하는 전통 부가산업 한 축과, 그 팬덤을 한곳에 모으는 플랫폼 마지막으로 엔터라이프 스타일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임까지. 이 세 영역을 우리 미래의 축이라 생각한다”면서 “사실 이번 인수에서 후퇴하면서 우리는 우리 미래의 가장 중요한 축인 플랫폼에 대해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합의를 끌어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승패를 기준으로 보고 싶은 분들께는, 내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가장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이브의 SM 인수 포기에 대한 이수만의 반응은 어땠을까. 방 의장은 “합의 중간에 말씀드릴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끝나고 소상하게 설명드렸다. 다만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진 않으셨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이길 수 있는데 왜 그만하지?’ 말씀하신 게 다다. 실망하셨는지 알 수 없고, 사실 나같은 후배 앞에서 실망감을 드러내진 않으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 포기 과정에서 카카오와 나눈 플랫폼 협의에 대해서는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빠른 시일 내 실질적 협업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SM 지분의 향방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담당부서와 논의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 방 의장은 이번 과정을 통해 SM 내부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면서도 내부 지배구조 문제를 목도하며 하이브의 창립자인 자신이 이사회 의장이면서 사내이사인 점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고도 했다.

“방탄소년단 완전체 컴백, 2025년 희망하지만 확정은 아냐”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강영국 기자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재개 관련해서도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2월 멤버 진의 입대를 시작으로 입영연기 취소를 신청한 제이홉이 근간 입대를 앞두고 있는 등 멤버 전원이 릴레이 입대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군 입대 관련 공식입장을 밝히며 ‘2025년 완전체 활동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혔던 데 대해 방 의장은 “2025년을 (활동재개 시점으로) 정해진 해로 생각 안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군대가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다녀온 뒤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2025년이) 약속된 해는 아니다. 다만 이 희망이 붕 뜬 희망이 아니라, 적극 노력하겠다고 양자가 합의한 바고 하고 싶고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멤버들의 입대 시점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에 가까운 것이라 여기서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입대 시점이 정해지면 순차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많은 이의 관심사인 방탄소년단의 재계약 관련해서도 조심스러워했다. 방 의장은 “BTS는 투명성을 위해 계약기간을 다 공개해왔고, 사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BTS가 워낙 큰 가수기 때문에 많이 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 기간 동안 논의할 것이고, 논의를 끝낸 뒤에 밝히는 게 맞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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