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루미늄 배트로 홈런 쳐본 선수가 나무 배트로도 잘 친다”
고교야구 나무배트 사용하자
‘일단 맞히자’식 타격 늘어나
투수는 제구보단 강속구 선호
美·日은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
전문가들 “거포 못 나오는 구조
투수와 타자들 성장 같이돼야
마운드·타석 거리 축소도 대안”
도쿄=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탈락 후 14일 야구대표팀이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귀국한 가운데 한국야구 시스템 전면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할만한 목소리는 다시 고개를 든 ‘알루미늄 배트 복귀론’이다.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한국야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태균·박찬호·이승엽 등이 “알루미늄 배트를 다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국제야구연맹(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은 지난 2004년 18세 이하 국제대회에서 알루미늄 배트 사용을 금지했고, 대한야구협회는 국제대회 적응을 위해 2004년 8월부터 국내대회에서 알루미늄 배트를 퇴출했다.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이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야구계에선 2013년과 2017년 WBC 1라운드 탈락과 2021년 도쿄올림픽 노메달 때에도 같은 주장이 나왔었다. 그런데 이번엔 매우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아마추어부터 생태계를 바로 잡자는 것이다. 사실 알루미늄 배트보다 반발력이 떨어진 나무 배트 시대가 된 후 야구 생태계는 크게 변했다. 고교야구에선 ‘일단 맞히고 보자’는 식의 타격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 단타를 노리는 ‘콘택트형’ 타자, 1루에 보다 가까운 왼손 타자가 득세했다. 마운드에선 오른손 투수보다 왼손 투수들의 성장에 공을 들였다. 또 정교한 제구보단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가 대세가 됐다.
실제로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한 마지막 세대인 최정(35·SSG)과 박병호(35·KT) 이후 KBO리그에선 매년 30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거포형 타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울러 야구대표팀에 중장거리형 왼손 타자, 왼손 투수들이 부쩍 많아진 이유다.
현장의 야구전문가들은 대부분 “빨리 알루미늄 배트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고교야구에선 나무 배트로 바뀐 뒤 4번 타자가 번트를 대고, 히트앤드런 등 작전 야구가 대세가 됐다. 그래서 거포가 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안치용 문화일보 해설위원도 “나무 배트를 쓰면서 타자보다 투수 쪽에 인재가 많이 쏠렸다. 그러나 투수력이 좋아지려면, 상대적으로 타자가 좋아야 한다. 알루미늄 배트라도 홈런을 자주 때린 선수는 그 맛을 알기에 나중에 나무 배트를 쓰더라도 자기 기술을 갖고 있다. 장타를 방지하려는 투수들에게 동기부여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7년부터 2021년까지 야탑고 야구부 감독을 지낸 김성용 SSG 단장 역시 “알루미늄 배트는 조금만 정확하게 맞아도 멀리 가니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있고, 투수들은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더 정교한 제구력에 신경을 쓰고 던지게 된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를 쓴다. 투수 보호가 걱정이면, 대만처럼 반발력을 줄인 배트를 쓰면 된다. 경제적인 입장에서도 나무 배트는 잘 부러지기 때문에 알루미늄 배트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알루미늄 배트로의 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야구대표팀 기술위원인 양상문 여자대표팀 감독은 “알루미늄 배트를 쓴다고 해서 투수가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다. 반대로 투수들이 안 맞기 위해 더 도망을 다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오히려 중학생, 어린 선수들의 마운드와 타석의 거리를 줄이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성인과 똑같은 18.44m에서 공을 던지니 메커니즘이 안 만들어진다. 알루미늄 배트 사용도 좋지만, 어릴 때부터 타자와 투수의 발전이 같이 접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도 “요즘 훈련시간 제한과 학습권 등으로 고교 선수들의 운동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특히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주말리그 등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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