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피의 숙청’ 한 김정은...기타 치며 ‘동지애의 노래’ 불렀다

김명성 기자 2023. 3. 15. 11: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2015년 5월 13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들에 대한 긴급 브리핑에서 “북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최근 불경죄로 숙청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사진 빨간선 안은 지난 4월 제5차 훈련일군대회에 참석한 현영철.

북한 김정은이 기타를 치며 ‘동지애의 노래’를 불렀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동지애의 노래는 북한에서 김일성 시절 만들어진 노래로 김씨일가의 동지애를 선전하는 대표곡이다.

노동신문은 14일 ‘제일 사랑하시는 노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이 간부들과 휴식시간에 “노래를 부르자. 나는 ‘동지애의 노래’를 제일 사랑한다”며 직접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정은은 “가는 길 험난해도 시련의 고비를 함께 넘고 불바람이 휘몰아쳐와도 생사를 같이해야 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가야할 혁명의 길에서 한 번 다진 맹세를 절대로 변치 말아야 한다”는 노래 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과거 김정일이 선군정치 시절 임무를 수행한 비행기 조종사들을 축하하며 ‘동지애의 노래’를 부르는 걸 목격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당시 김정일은 김정은에게 “동지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동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권 10년 간 피의 숙청으로 수많은 동지들을 쳐낸 김정은이 ‘동지애 노래’를 부르며 동지애를 강조한 것이다.

20대 후반 어린 나이에 집권한 김정은은 ‘어린놈’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피의 숙청’을 단행했다. 2013년엔 고모부 장성택을 고사포로 처형하고, 2015년에만 60여명을 처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초 김정은에게 이견을 제시했단 이유로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됐고, 그해 4월엔 회의에서 졸았단 이유로 국방장관 격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고사총으로 공개 총살했다. 5월엔 최영건 내각 부총리가 김정은이 추진하던 산림 녹화 정책에서 불만을 표시했단 이유로 처형됐다. 2017년엔 암살조를 보내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했다. 김정은 집권 후 처형·숙청된 당·정·군 고위 인사는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무력도발을 강행하는 가운데 선군정치를 부각하며 노래를 통한 사상무장 및 내부 결속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3중고 속에서 민심이 악화되고, 잦은 숙청과 통제로 인한 간부층의 사기저하와 동요를 막기 위해 동지를 아끼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