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무기 동시발사·SLCM… 北, 과시 넘어 실전배치 가속화 [디펜스 포커스]

박수찬 2023. 3. 1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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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날카로워지는 북한의 ‘칼’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자체 개발
최근 운용 단계까지 접어든 정황
‘화살-2형’ 저고도로 장시간 날고
한·미 방공망 회피 능력까지 갖춰
전술핵 기술은 내세울 수준 아닌 듯
정권 유지 위한 ‘핵쇼’ 가능성도
진위 여부 가려 위험도 가늠해야
북한의 ‘창’인 미사일 위협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수년간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포함한 신형 미사일을 잇달아 선보이며 무력시위를 지속했다면, 최근에는 실전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부각하는 모양새다. 단순한 과시나 위협을 넘어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를 탑재해 한·미 연합군을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측을 겨누는 북한의 ‘칼’이 한층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개발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이 지상발사차량에서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한국군 ‘빈틈’ 파고드는 북한의 집념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직후 핵·미사일 전력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김정일 시절 만든 스커드 탄도미사일 등 소련(현 러시아)식 미사일 체계는 김정은 체제에서 KN-23·24·25 S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자체 개발한 것으로 바뀌었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터 순차적으로 등장했던 신형 미사일들은 북한군에서 실전 배치 및 운용 단계로 접어드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한 사실을 밝히며 신형 전술유도무기 6발이 동시에 발사된 모습을 함께 공개했다. 다수의 총이나 대포를 한꺼번에 쏘는 일제사격(salvo) 기술이다. 2017년 3월 스커드 미사일 4발을 동시에 쏜 이후 일제사격 방식의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사전 준비부터 실제 발사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탄도미사일 일제사격은 난도가 높다. 미사일 운용요원의 숙련도와 기술적 신뢰도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북한이 일제사격을 감행할 정도로 전술유도무기를 실전에서 운용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14일 오전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지난달 23일 북한이 4발을 쏜 전략순항미사일 ‘화살-2형’은 낮은 고도로 오랜 시간 비행하며 한·미 방공망을 회피하는 능력을 갖췄다. 북한은 “조선인민군 동부지구 전략순항미사일 부대 해당 화력구분대가 동원됐다”며 “공화국 핵 억제력의 중요 구성 부분의 하나인 전략순항미사일 부대들의 신속 대응태세를 검열 판정했다”고 밝혀 순항미사일 전력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북한 주장을 대하는 시각은 엇갈린다. 2021년 9월 첫 발사 때 1500㎞를 비행했는데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비행거리를 500㎞ 늘렸다는 점에서 성능은 향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12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화살-2형’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쏜 것도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실어준다. 반면 남한과 일본 내 표적을 공격하려면 지형 정보가 있어야 실질적 타격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지형대조항법 기술과 정밀 비행제어 기술 등을 확보했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이 지난달 20일 쏜 600㎜ 초대형방사포는 유도 기능이 있고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궤적으로 비행해 SRBM으로 분류되는 무기다. 북한은 초대형방사포를 “적 작전 비행장당 1문, 4발을 할당해둘 정도의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는 전술핵 공격 수단”이라고 칭했다. 한반도 남부 공군기지를 전술핵으로 공격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지난 2월 20일 북한이 만든 600㎜ 초대형방사포(단거리탄도미사일·SRBM)가 평안남도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되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선택과 집중·속도전 개발… 한계도 드러내

북한이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미사일이 지닌 장점 때문이다. 탄도·순항미사일은 전투기나 폭격기와 달리 대규모 공군기지와 관제시설이 필요하지 않아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 전투기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반입이 불가능하지만, 미사일은 자체 생산 및 운영 유지가 가능하다.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어 북한의 전략적 억제 능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에 주목한 북한은 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섰다. 그 결과 1981년 이집트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반입한 이후 36년 만에 ICBM ‘화성-14형’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수십만명이 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미사일 개발에 투자한 결과였다. 2017년 ICBM 첫 발사 직후에는 액체연료 위주의 미사일 체계를 고체연료로 전환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의 빠른 발전은 국방 과학기술과 군수공업 발전에 자원을 집중 투자, 단기간 내 성과를 얻는 ‘속도전’ 덕분이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위해 국방 과학기술과 군수공업에 자원을 우선 배분했다. 이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KISTI)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10년간 북한 과학자가 발표한 군사 분야 논문 29건 중 상당수가 미사일 동체 무게를 줄이고 높은 온도의 열을 견디는 복합재료와 전자파 차폐 등에 관한 것이었다. 탄도미사일 노즐 등 주요 부품 제작에 쓰이는 소재 가공에 필수인 CNC 공작기계도 2000년대 후반부터 자체 생산했다.
이 같은 성공의 이면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미사일에 탑재할 전술핵 개발에서는 눈에 띄는 진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순항미사일과 초대형방사포가 전술핵 운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 6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순항미사일이나 초대형방사포에 탑재할 400~450㎜ 직경의 전술핵탄두 설계·제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전술핵탄두나 관련 기술은 공개되지 않았고, 핵실험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 요구와 기술적 현실이 불일치할 가능성에 군 당국이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전력 운용능력 평가: 핵무력정책의 변화와 최근 미사일도발의 함의’ 보고서에서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해서 계속 핵 고도화와 핵태세 완비의 외양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정부는 북한의 새로운 메시지와 기술적 발전을 주시하며, 진위를 가려내어 위험의 정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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