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1열에서 보는 OTT 추리물 4선

문영훈 기자 2023. 3.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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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타인은 지옥이다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아니언’

쉽게 빠져나가기 힘든 곳으로 서로 원한을 가진 인물들이 모인다. 이 중 누군가가 살해되고 탐정은 범인을 추적한다. 한물간 줄 알았던 고전 추리 서사는 2019년 영화 '나이브스 아웃’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마지막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특유의 느긋한 말투를 구사하는 탐정 '브누아 블랑’으로 분해 활약했다. 넷플릭스는 돈이 될 만한 새로운 탐정 캐릭터의 등장을 놓치지 않았다. '나이브스 아웃’ 후속작 2편과 3편의 제작권을 4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시즌, 2편에 해당하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이 공개됐다.

1편이 가족 간 상속을 두고 발생하는 갈등에 주목했다면 2편에서는 친구 관계를 다룬다. 영화는 7명의 인물에게 미스터리한 초대장이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억만장자 마일스(에드워드 노튼)가 지중해의 섬에서 여는 파티 초대장. 초대된 인물은 브누아 블랑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일스의 '절친’이다. 한때 뉴욕 '글래스 어니언’이라는 이름의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사이. 오래된 친구 사이엔 우정뿐 아니라 앙금도 남기 마련이다.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에서 누군가가 죽고, 브누아 블랑은 명석한 두뇌를 회전시키기 시작한다.

브누아 블랑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1편과는 무관한 에피소드다. 2편을 보고 블랑의 매력에 빠졌다면 순서를 거슬러 1편을 봐도 좋다는 뜻이다. 영화를 본 뒤 황석희 번역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보신 분만 스와이프’ 게시물을 꼭 필독하자. 감독이 영화 곳곳에 숨겨둔 단서들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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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영화 '나이브스 아웃’

설마, 아직도 안 봤어?
‘셜록’

아서 코난 도일이 만든 불세출의 캐릭터, '셜록 홈즈’ 시리즈의 저작권이 2023년 완전히 소멸했다. 탐정의 동의어처럼 사용된 셜록 홈즈의 역사가 그만큼 오래됐다는 방증이다. BBC는 뛰어나지만 어쩐지 고루하게 느껴지는 탐정, 셜록 홈즈를 19세기 말에서 21세기 초로 데려오기로 마음먹는다. 드라마 '셜록’ 속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전보 대신 스마트폰을 쓰고, 마차 대신 택시를 타고, 흡연 대신 니코틴 패치를 붙인다. 달라진 시대에 맞게 새로운 연출 기법도 시도했다. 특히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셜록의 추리를 빠른 속도의 카메라 움직임과 타이포그래피로 보여주는 장면은 드라마의 흥행 이후 나온 숱한 범죄 영화와 드라마에 영향을 미쳤다.

‘셜록 홈즈’의 올드팬들은 원작의 설정을 빌려 온 내용에 환호했다. 가령 첫 시즌, 첫 에피소드의 제목은 '분홍색 연구(A Study in Pink)’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애독자라면 아서 코난 도일의 1887년 작품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원작이 어떤 방식으로 변주됐는지를 보는 것도 이 시리즈의 큰 재미다.

총 4개의 시즌은 각각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각 시즌의 길이는 1시간 30분 내외로 긴 편이지만, 압도적인 몰입도를 자랑해 에피소드 하나만 보고 멈추기 어렵다. 아직 '셜록’ 재생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여유시간이 많을 때 정주행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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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셜록 홈즈’ 시리즈

의심을 동반한 사랑
‘분노’

도쿄의 한 가정집 화장실, 한 쌍의 남녀가 피를 흘린 채 죽어있다. 벽에는 '분노’를 뜻하는 한자 '怒’가 피로 쓰여 있다. 영화는 1년 뒤로 점프해 3명의 살인 용의자 요헤이, 나오토, 타나카가 서로 다른 도시에 살고 있는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그리고 공개되는 범인의 몽타주. 이 중 잔악한 살인마는 누구일까.

영화 '분노’에는 살인마의 교묘한 트릭을 쫓는 탐정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탐정 대신 용의자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의심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신뢰하고 싶어 하지만, 사소한 일로도 믿음엔 쉽게 금이 간다. '분노’를 연출한 이상일 감독은 개봉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차라리 '분노’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영화를 설명했다.

재일 한국인인 이 감독은 일본에서의 명성에 비해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그간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인물의 사랑을 그린 '악인’(2010),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용서받지 못한 자’(2013) 등을 만들었다. 이상일의 '분노’가 마음에 들었다면, 지금 바로 극장에서 그의 신작을 볼 수 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괴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15년 뒤 만난다는 내용의 '유랑의 달’이 1월 18일 국내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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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행록’ '악인’

귀엽고 산뜻한 추리물
‘씨 하우 데이 런’

"범인은 이 안에 있어!"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에서 매번 등장하는 대사다. 이 분야의 대가는 '추리물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사 크리스티. '나일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 그의 수많은 소설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디즈니+가 2022년 공개한 '씨 하우 데이 런’은 애거사 크리스티를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한다. 1953년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 100회 공연 기념 파티가 열리는 영국 런던의 한 극장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피해자는 미국에서 온 영화감독 레오 코퍼닉. 용의자로는 당시 파티에 참석한 연극배우, 코퍼닉이 연출할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 극장 운영자 등 예술계 인사들이 지목된다.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영화의 톤은 코미디에 가깝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흥미를 끄는데, 특히 진실을 추적해나가는 경찰 콤비의 역할이 크다. 염세적이고 과묵한 경위 스토파드(샘 록웰)와 실수를 연발하지만 항상 최선을 다하는 풋내기 순경 스토커(시얼샤 로넌)의 조합이 자못 심심한 전개에도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다. 미장센의 귀재 웨스 앤더슨이 떠오르는 귀여운 화면 편집 방식도 체감 러닝타임을 줄여주는 효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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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레이디 버드’

#나이브스아웃 #셜록 #분노 #씨하우데이런 #O!리지널

사진제공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쿠팡플레이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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