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제’ 유탄 맞은 노동부…‘만 5세 입학’ 전철 밟나
‘백지화 요구’에 박순애 사퇴로 이어진 혼선 재현 우려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꺼내든 고용노동부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정부 노동개혁 밑그림이 될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역풍을 마주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보완 지시'를 내리면서다. 사회적 갈등과 논란이 불가피 한 민감 사안을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발표하고, 뒤늦게 수습에 나선 노동부가 '만 5세 입학'을 꺼냈던 교육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부처 간 엇박자로 국민 혼선만 키웠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5일 노동부는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 보완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주 최대 69시간 근무'가 가능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에 대한 보완을 지시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윤 대통령이 이미 입법예고에 들어간 정책을 '보완하라'고 한 것은 제도를 둘러싸고 청년층을 비롯 국민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미래 세대'를 강조하며 노동개혁 동력으로 삼으려했던 청년층마저 부정적인 시각으로 돌아서자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는 MZ세대도 노동시간 유연화를 선호한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반응은 정반대였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정책 추진을 예고한 뒤 발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청년층이 이탈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대통령의 후속 대응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지시 후 노동부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 이해와 공감대 속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재 입법예고 기간인 만큼 청년 등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찾아가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 개편과 관련해 "일부 비현실적 가정을 토대로 잘못된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일단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7일까지 의견수렴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부의 정책 추진 순서가 뒤바뀌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 한 사안인만큼 입법예고 전 충분한 의견수렴과 연구를 거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동부 설명대로 '장시간 노동' 우려가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정부가 이에 대한 세심한 조율과 소통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혼선이 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8월 당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공론화 절차 없이 초등학교 조기 입학을 꺼냈다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백지화했다.
당시에도 '선(先)발표, 후(後) 의견수렴' 방식을 취했고, 대통령실과 부처 간 정책 조율 엇박자가 나면서 국민 혼선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논란이 커지면서 박 장관은 결국 취임 한 달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후속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부처와 장관이 대통령실과 교감 없이 주요 정책을 발표하거나 추진 의사를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주52시간제' 개편을 언급해왔고, 공약과 정부 출범 당시 주요 국정과제로 꼽기도 했다. 국민적 반발이 거세지자 부처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방식은 국정책임자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가 향후 제도 보완을 하더라도 그 범위를 놓고 또 다른 갈등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정부는 의무 휴식시간 규정과 휴가 보장 강화 등 '일부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노동계와 야권에서는 '전면 철회'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 보완에 대해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다. (개편안이) MZ세대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철저히 이행되도록 할 확고한 정부의 의지가 있다"며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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