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송전탑 공사 투입된 민간 헬기 추락해 2명 사망
강원 영월지역의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된 민간 헬기 1대가 공사 자재를 나르던 중 전선에 걸려 추락해 조종사 등 2명이 숨졌다. 사고 헬기는 이날 비행계획서에 적시된 비행 장소, 운항 목적 등과 달리 전혀 다른 지역에서 공사 자재를 운반하다가 추락한 것으로 확인돼 관계 당국이 경위 파악에 나섰다.
15일 오전 7시 46분쯤 강원 영월군 북면 공기리에서 민간 헬기 1대가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했다. 사고 직후 기장 A씨(65)와 송전탑 공사 업체 관계자 B씨(51)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송전탑 바로 아래로 추락한 헬기의 기체는 산산조각이나 사방으로 흩어졌고, 꼬리 날개 부분은 20∼3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는 추락한 헬기가 운반 중이던 공사 자재가 담긴 포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은 “헬기 꼬리가 전선에 닿으면서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현장 상황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송전탑 공사를 위해 자재를 운반하던 헬기가 송전선로에 걸려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헬기는 경남지역의 D항공 소속 민간헬기로 AS350 기종으로 확인됐다. 1995년 6월 프랑스 유로콥터에서 제작한 소형헬기로 수용인원 5명, 이륙중량은 4960㎏이다.
추락한 헬기는 지난 2월부터 강원도에서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해 사용해 오던 중 지난 9일 D항공이 회수한 상태였다. D항공 측은 대신 강원도에 다른 대형 헬기 1대를 산불 진화용으로 제공했다.
강원도산불방지센터 관계자는 “최근 기장으로부터 ‘정비·점검을 위해 헬기를 회수하는 대신 다른 헬기를 대체 투입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은 후 지난 9일 대형 헬기 1대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계약에 따라 대체 헬기가 온 만큼 사고 헬기의 경우 임차된 상태가 아닌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고 헬기 회수 이유에 대한 강원도와 해당 업체의 입장이 엇갈린다. D항공 관계자는 “송전탑 보수에 필요한 화물을 운반하는데 소형 기종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강원도에 대체 헬기를 보내주고 해당 헬기를 공사에 투입한 것”이라며 “기장이 자치단체에 통보하면서 편의상 정비란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가 관계 당국에 제출된 비행계획서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운용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D항공 측은 이날 오전 6시 56분쯤 서울지방항공청 김포항공관리사무소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했다.
비행계획서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순찰·관리 목적으로 홍천에서 출발해 춘천과 인제 지역을 비행할 예정이란 내용이 적시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고 헬기는 이날 영월지역의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에 투입됐다가 추락했다. 김포항공관리사무소 관계자는 “D항공 관계자가 온라인 신고시스템을 통해 비행계획서를 제출했다”며 “이륙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183조에는 항공기의 대수와 형식, 최대이륙중량, 출발비행장과 예정 시간, 예정 항공로, 최초 착륙 예정 비행장과 총 예상 소요 비행시간 등을 비행계획서에 적시하게 돼 있다. 이 같은 규정을 위반할 경우 운항 종사자(기장)에 대해 자격정지 처분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전탑 유지보수 공사를 맡은 업체가 사고 헬기를 사흘간(14~16일) 임차해 공사를 진행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추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등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올해 75억600만원을 들여 헬기 9대를 임차해 산불 진화용으로 운용하고 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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