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예술에 빠져든다… 점점, 품격에 녹아든다[Premium Life]
선대부터 강조한 예술과의 유대
日 구사마와 선보인 ‘도트 패턴’
슈즈·액세서리 접목으로 인기
최근엔 ‘화이트캔버스…’ 전시회
핸드페인팅 슈즈 제작과정 눈길
“전시로 현대미술 작가를 소개하는 데에서 나아가 함께 만든 스니커즈로 그들의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 싶다.”
루이비통이 지난달부터 이탈리아 밀라노 산 바빌라 광장 가라지 트라베르시에서 열고 있는 ‘화이트 캔버스: LV 트레이너 인 레지던스’ 전시회는 지난 2021년 타계한 루이비통의 남성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Virgil Abloh·1980∼2021)의 염원을 담고 있다. 1980년대 미국 뉴욕의 언더그라운드(상업성을 무시한 전위 예술)를 이끌어 온 아티스트인 레이디 핑크, 리 퀴노네스, 고 라멜지의 라멜지 재단과 협업으로 제작한 스니커즈가 주인공이다. 스니커즈를 도화지 삼아 아티스트들이 핸드페인팅으로 작업한 제품과 함께 협업 과정을 만나볼 수 있는 멀티 미디어를 설치해 전 세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들의 예술 세계와 루이비통의 장인 정신이 만나 제품이 되는 과정을 담아낸 영상과 인터뷰, 빈 캔버스로 시작해 작품으로 채워지는 몰입형 영상 디스플레이는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루이비통은 전 세계 어느 명품 브랜드보다도 ‘예술과의 유대’를 강조한다. 루이비통의 창립자 루이 뷔통(Louis Vuitton·1821∼1892)의 아들인 조르주 뷔통(Georges Vuitton·1857∼1936)은 아버지에 이어 브랜드를 세계 무대에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예술에 조예가 깊었던 그는 당대의 인상파 화가들과 친분이 깊었다. 그의 아들이자 창립자의 손자인 가스통 루이 뷔통(Gaston Louis Vuitton·1883∼1970)은 장식 미술에 관심을 갖고 1920년대 예술가들과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 작업을 하기도 했다. 루이비통의 역사에서 예술은 곧 브랜드의 기반이 됐다. 이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루이비통이 여는 다양한 예술 프로젝트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프랑스의 사진작가 겸 미술가인 소피 칼, 미국의 미술가 댄 플래빈, 사진작가 프란체스카 우드먼 등 거장들의 작품 전시회를 열며 예술과 문화 행보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프랑스 파리에 열고 현대미술과 예술가, 그리고 동시대 미술작가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작품을 소개하는 등 더 많은 대중이 예술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루이비통이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1929∼)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들은 루이비통과 예술 사이의 연대를 잘 보여준다. 가방은 물론 남성복 및 여성복, 선글라스, 향수, 슈즈, 액세서리 등 루이비통의 다양한 제품들이 구사마의 스타일로 재탄생했다. 구사마의 상징적인 도트 패턴을 더한 제품들은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강박증’에서 비롯해 공간 전체를 잠식시키는 듯한 작품을 펼치는 구사마와 루이비통의 만남은 전 세계 패션계뿐만 아니라 예술계의 시선까지 자극했다. 지난해 10월 6인의 현대미술 작가와 함께한 새 아티카퓌신(ArtyCapucines) 컬렉션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루이비통의 간판 제품인 카퓌신(Capucines) 가방에 작가들의 독특한 비전을 그려내 하나의 현대 미술품으로 승화시켰다.
루이비통은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예술 분야 협업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는 한국 피아니스트인 임윤찬의 공연이 열렸다. 임윤찬은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로, 공연은 ‘음악의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주제로 기획됐다. 루이비통은 지난 2014년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개관한 이래 차세대 유망주들과 함께하는 ‘뉴 제너레이션 피아노’ 리사이틀을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2019년 10월 프랭크 게리가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한 ‘루이비통 메종 서울’을 개관하고, 전시 공간인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을 마련했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한다.
또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표적인 서울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스위스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독일의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 등에 이어 현재는 미국의 작가 알렉스 카츠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김호준 기자 kazzy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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