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시비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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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십몇 년 전의 일이다.
그 친구가 너무 자랑하는 것 같길래 필자의 작품도 뽑혀 목포해양대학 시비 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가보질 못했다"라고 하자 "미쳤군, 네 시비가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울고 있겠구나. 어서 빨리 시비를 찾아가 사과라도 해라"면서 핀잔을 주었다.
2008년 10월 초 시비공원에 건립할 당시 필자의 작품이 선정되었음을 축하하며 개원식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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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십몇 년 전의 일이다. 시 쓰는 친구가 자신의 작품이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걸렸다고 자랑하며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 친구가 너무 자랑하는 것 같길래 필자의 작품도 뽑혀 목포해양대학 시비 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가보질 못했다"라고 하자 "미쳤군, 네 시비가 주인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울고 있겠구나. 어서 빨리 시비를 찾아가 사과라도 해라"면서 핀잔을 주었다. 국립목포해양대학교 해양시비공원에는 최남선, 윤동주, 한용운, 조지훈, 박두진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50여 편이 선정되어 시비로 건립돼 있다. 해양시비공원이라 바다에 관한 작품들을 모아 시비를 세운 것이다.
2008년 10월 초 시비공원에 건립할 당시 필자의 작품이 선정되었음을 축하하며 개원식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 필자는 그 당시 '아마 조그마한 시비가 세워졌겠지'하는 단순한 생각에 한 번도 시비를 찾아가질 않았다. 2014년 관매도라는 섬을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으로 시비를 찾아가게 됐다. 목포해양대는 아름다운 해변에 세워져 바다를 품고 있었다. 친구들이 각자 흩어져 필자의 시비를 찾아보았다. 필자는 캠퍼스 뒤쪽 한적한 곳에 필자의 시비가 세워져 있겠지 생각하며 본관 건물 뒤편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보이질 않았다.
얼마 후 한 친구가 시비를 찾았다고 전화해서 필자는 얼른 시비가 서 있다는 본관 앞쪽으로 가보았다. "시비가 서 있는 위치가 대박이다!"라며 한 친구가 소리쳤다. 목포해양대 교문은 본관 기준으로 볼 때 동쪽에 있다. 교문으로 들어서면 남쪽 바다를 바라다보며 서 있는 본관 건물 앞에 첫 번째로 내 시비가 서 있었다. 본관 화단에 모두 다섯 개의 시비가 세워져 있는데 교문에서 본관 쪽으로 들어가면 맨 처음 볼 수 있는 시비가 바로 필자의 시 '겨울 바다'라는 시가 새겨진 시비였다. 충청권 시인 중에 유일하게 필자의 작품이 선정돼 이곳 시비공원에 시비가 건립됐다. 시비의 크기는 필자의 키보다 훨씬 더 크고 우람했다. 시비가 세워진 후 6년이란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주인이라는 작자가 나타났으니 필자의 시비가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허전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다. 필자는 시비가 정말 친자식 같이 소중하게 느껴져 시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정말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시비를 찾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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