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화재에 ‘발암물질 주의보’… 스페인 타이어 화재 땐 대기 중 발암물질 9배 늘어

송복규 기자 2023. 3.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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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21만개 전소로 대기 중 유해물질 배출
2016년 스페인 매립지 화재와 유사… “발암 확률 3~5배 높아져”
이달 12일 밤 발생한 화재로 인해 13일 오전까지 검은 연기에 휩싸인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뉴스1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면서 21만개의 타이어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타이어는 각종 중금속이 포함돼 있어 불에 타면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한 번에 21만개에 달하는 많은 타이어가 불에 타면서 환경이나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4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제2공장 가류공정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불로 타이어 21만개가 전소됐다. 주불을 진화하는데 13시간이나 걸렸는데, 불이 물류창고까지 번진 탓이었다.

타이어 21만개가 타면서 일대는 검은 연기와 매캐한 냄새로 가득했다. 이에 타이어에 함유된 유해물질이 대기 중으로 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화재로 대전 주민 중에는 유독가스를 흡입한 것 같다며 두통과 구토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타이어 화재 시에는 대기오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산화탄소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이 분출된다. 또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와 다이옥신, 벤젠, 카드뮴, 니켈과 같은 인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물질들도 배출된다. 이 물질들은 단기적으로는 피부와 눈, 호흡기에 자극을 줘 질병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이다.

실제로 화재로 대량의 타이어가 불타 지역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도 있다. 스페인 톨레도주 세세냐시에서는 2016년 매립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타이어 7만~9만t이 불탔다. 이번 대전공장 화재로 탄 타이어는 1만5000t 정도로 추정된다. 마르티 나달 스페인 타라고라공립대 의대 교수는 이 화재 이후 중금속과 발암물질을 지역주민들이 흡입해 발암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국제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에 발표했다.

2016년 스페인 톨레도주에서 발생한 매립지 화재. 이 화재로 타이어 7만~9만t이 전소됐다.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연구팀은 화재가 발생한 매립지에서 500m 떨어진 지점의 공기·토양·농작물 샘플을 채취한 후 비소·카드뮴·납·니켈·PAH와 같은 발암물질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토양에서 ㎥당 비소는 최대 26.9ng(나노그램, 1나노그램은 10억분의 1g), 카드뮴은 0.19ng, 납은 12.2ng, 니켈은 7.8ng이 검출됐다. 이는 타이어가 전소되면서 배출된 중금속이 토양에 내려앉은 것으로, 화재 지역에서 4㎞ 떨어진 곳에 비해 2~5배 높은 수치였다.

대표적인 발암물질인 벤젠이 2개 이상 합쳐진 유해물 PAH의 공기 중 농도는 타 지역에 비해 훨씬 높았다. 화재 지역에서 500m 떨어진 지역에서 공기 중 PAH 농도는 ㎥당 130ng이었다. 4㎞ 떨어진 지점 두 곳의 PAH 농도는 ㎥당 16.8ng과 20.6ng으로 6~9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토양과 피부를 통해 발암물질을 섭취할 가능성은 작지만, 공기흡입으로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며 “화재 지역에서 500m 지점 주민들이 비소나 망간과 같은 물질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500m 지점 주민들이 4㎞ 주민들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3~5배 높다”고 강조했다.

오염된 외부 공기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페인 과학기술혁신부 산하 환경기술연구센터(CIEMAT)는 화재가 발생한 매립지에서 700m 떨어진 학교를 조사한 결과 실내에서도 발암물질이 섞인 먼지가 발견됐다고 2017년 발표했다. 실내 먼지에서는 1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g)당 3㎍의 PAH가 검출됐다.

당시 CIEMAT 연구팀은 “실외에 오염된 공기는 확산 과정에 의해 실내로 침투한다”며 “벽 세척으로 타이어 연소 입자에 대한 청소 활동을 통해 발암물질 노출 방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대기오염 측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전 지역의 대기환경 측정을 담당하는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사업장인 만큼, 대기환경 측정망 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립환경과학원과 대전시에서 대기환경 자료를 취합해 오염도를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Environment International, DOI: https://doi.org/10.1016/j.envint.2016.10.016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DOI: https://doi.org/10.1016/j.scitotenv.2017.0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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