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창의적 몽상의 시간…일단 걸어볼래요

조민진 작가 2023. 3.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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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이은 오렌지빛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는 파리의 밤.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피카소와 달리를 만난다.

우리는 걸으면서 집중과 몽상의 상태를 모두 오가며 이때 뇌에선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한다.

산소와 에너지가 결합된 몽상은 삶을 더욱 창의적으로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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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대한제국 만국박람회 전시관 기사. /사진=조민진 작가
줄 이은 오렌지빛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는 파리의 밤. 정처 없이 발걸음을 옮겼을 뿐인데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피카소와 달리를 만난다.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저 걸었을 뿐인데 이루어지는 낭만의 막대함이 마음에 들어서다. 걷다 보니 100년쯤 되는 시간을 거슬러 왔다니!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차피 가게 될 미래 말고 다시는 못 돌아갈 우리의 먼 과거로 가보고 싶다, 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괜한 울적함에 젖는 날이면 '자가처방'으로 걷기를 시도한다. 아무리 걸어도 헤밍웨이와 피카소를 만날 순 없겠지만, 걸으면 적어도 기분이 나아진다는 걸 경험에 미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처 없이 걷는 것보다는 목적을 두고 걷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향하곤 한다. 그곳들을 목적지로 삼으면 도착하고서도 또다시 목적을 갖고 걸을 수 있다. 계속 발걸음을 옮기면서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일. 보기 위해서 걷다 보면 생각보다 큰 소득을 얻는다. 산소와 에너지, 활력과 성취감, 그리고 낭만과 같은 것들……

얼마 전엔 국립중앙박물관 안을 두 시간쯤 걸어 다녔다. 왕의 모습을 그린 어진들, 옛 서책들과 문방도구, 달항아리 등을 보면서 꼬리를 무는 상념 속에 600년쯤 되는 시간을 더듬더듬 거슬러보았다. '근대문물의 도입'을 설명하며 인용된 유길준의 '서유견문' 한 대목은 그날따라 유독 눈에 들어왔다. "서양 사람들은 신문 보는 일을 인생의 일대 쾌락이라고 한다. …… 세계의 물정을 훤하게 알고 자기의 견문을 넓혀 처세하는 길을 닦는 데에는 신문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은 서양을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체계적으로 집필한 '서유견문'(1890년 초고)을 고종에게 바쳤다. 보기 위해서 많이 걸었을 것이다. 보기 위해 걷던 나는 그의 문장 앞에서 한참 동안 서서 몽상에 잠겼다.

"걷기는 목적을 가진 행동이며 집중이 필요하지만 딴생각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며, 이때 그날 하루, 지나간 하루, 앞으로의 1년, 지난 10년, 얻었거나 잃은 기회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한다".

뇌연구 학자 셰인 오마라가 쓴 '걷기의 세계' 속 한 대목이다. 나도 길 위를 걸으면서 무수한 생각을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걷는 동안 머릿속을 밝힌 몇 가지 아이디어들은 이리저리 이어지는 몽상 끝에 우연히 얻었다. 오마라에 따르면 "집중과 몽상은 동전의 양면"이다. 우리는 걸으면서 집중과 몽상의 상태를 모두 오가며 이때 뇌에선 창의성이 발휘된다고 한다.

걷다 보면 몽상하게 된다. 산소와 에너지가 결합된 몽상은 삶을 더욱 창의적으로 만들어 준다. 인간은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기에 더 멀리, 더 많이 보게 되었다. 혹시 지금 지루하거나 울적한가? 그럼 일단 걸어보자.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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