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0억짜리 아파트, 전세 3억이면 살 수 있어요"

김서온 2023. 3. 15.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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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 집중 영향…서울 강남권 전셋값 폭락 현쟁을 가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지만 전세로는 2~3억이면 됩니다. 이 금액으로 최대 4년을 거주할 수 있다는 건 절호의 기회죠. 학군이면 학군, 교통이면 교통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으니 집값이 비쌉니다. 자녀를 둔 학부모나 신혼부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겁니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하락폭을 다시 키우며 저렴한 전세매물이 적잖게 출회하고 있다. 특히 강남 지역에서도 내로라하는 대장주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예비 수요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전세시장은 월세 전환과 저가 매물 거래에 수요가 유입되면서 0.11% 떨어졌다. 권역별로는 ▲강남(-0.36%) ▲노원(-0.24%) ▲구로(-0.19%) ▲은평(-0.17%) ▲관악(-0.15%) ▲서초(-0.15%) ▲강북(-0.10%) ▲영등포(-0.10%) 순으로 떨어졌다. 특히, 강남권에서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일원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이처럼 강남권 전셋값이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데는 여전히 금리 부담이 크고,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거 예정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약갱신권 사용 외에도 고금리 영향으로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것과 입주 물량 등의 영향이 고루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강남 4구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은 8천785세대로, 현시점에서 내년 1만1천213가구, 2025년 1만2천21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 이런 부분들이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가운데, 향후 발생할 역전세난과 관련해서 함 랩장은 "이미 강남 전셋값이 많이 빠진 상황이라 향후 역전세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초구 잠원동 일대 한 아파트는 한강 조망을 보유, 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가까운 트리플 역세권, 강남 8학군을 갖추고 있어 전용 69㎡기준 현재 호가가 32억원에 달한다. 가장 근래에 실거래된 매물은 지난 2021년 6월 23억원(11층)에 계약이 완료됐다.

그러나 이 단지의 동일면적대 전세 보증금은 2억9천만원~5억원대다. 대다수 매물이 수리가 완료된 A급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일부 매물은 전세금 대출과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융자가 없는 깔끔한 매물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지면서 예비 전세 세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즉, 20~30억원대를 웃도는 고가의 강남권 아파트에 보증금 2~5억원을 들이면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셋값이 크게 떨어진 틈을 타고 강남권으로 몰려드는 전세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초구 잠원동 H부동산 대표는 "웬만한 서울지역 원·투룸 전세가 기본 1~2억원인데, 최소 2~3억원대의 자금으로 강남권 대장주 단지에 거주가 가능하다는 것은 기회로 볼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졌고, 시황이 좋지 않은 영향도 있으나, 당장 실거주가 어려워 세입자가 필요한 급전세 매물과 향후 늘어날 강남 입주 물량에 서둘러 세입자를 채우려는 집주인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근 또 다른 P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권에 진입할 자금력이 되지만, 매수 적기를 고민하는 실수요자들이나 돈이 부족해 외곽으로 눈길을 돌리던 신혼부부, 자녀의 교육을 위한 학부모 수요 등이 고루 관심을 보인다"며 "쉬어가는 곳으로든, 지나가는 곳으로든 최장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업계 전문가는 전세 물건의 담보 여부, 전셋값이 밀물과 썰물처럼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감안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세든 월세든 수급 요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전셋값이 아주 낮게 책정됐다면 선순위 담보금이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의 관점에서만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보통 5억원 선에서 시작하니, 예비 세입자들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셋값은 입주 물량이 단기간 쏠리며 하락하는데, 새 아파트 입주 한두 달 전부터 마무리 단계에 많이 빠진다. 2년 정도 기간을 가지고 원상 복구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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