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주마 복지와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관리자 2023. 3. 1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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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퇴역 경주마 학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하지만 말산업의 생태계나 재정 마련을 고려하지 않고 급진적으로 문제 해결을 추진할 경우 결국 또 다른 동물복지를 위축시키거나 훼손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경마산업 발전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퇴역마의 복지를 위해 과다한 재원을 마련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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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퇴역 경주마 학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일부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경주마 학대 방지를 위한 시민연대를 결성해 국회·정부·한국마사회 등에 경주마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제 퇴역마 복지 문제를 논의할 때다.

매년 1400여마리의 경주마가 질병·사고 등으로 더이상 경주에 참여할 수 없어 퇴역한다. 퇴역마 이용실태를 보면 39%는 승용·번식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49%는 도태된다. 문제는 나머지 12%인데 이용실태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이처럼 퇴역마의 사후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동물학대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마사회는 퇴역마 관리 필요성을 인지하고 마주나 조교사를 통해 퇴역마를 임의 처분하는 행위를 지양하기로 했다. 또한 말 복지기금을 조성해 ‘경주 퇴역마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퇴역마의 활용도를 높이고 복지를 향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먼저 퇴역마 활용과 처리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구축해 단계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은 ‘말에 대한 상업적 착취’를 주장하며 이같은 대처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여러 해외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도 그에 준하는 퇴역마 복지를 실현하라고 주장한다. 퇴역마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부문의 법제화, 말 복지기금 확대 등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산업의 생태계나 재정 마련을 고려하지 않고 급진적으로 문제 해결을 추진할 경우 결국 또 다른 동물복지를 위축시키거나 훼손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마산업에 공급되는 경주마는 연간 300여마리의 수입마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농가에서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말 생산농가의 경영 안정성 등을 포함해 경마산업 전 단계를 고려한 데이터 기반의 이력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말 복지 향상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마사회법은 ‘말산업의 육성에 관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함으로써 축산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이에 비추어 말 생산농가나 마주의 경영 안정, 경주마의 복지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

우리나라 경마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거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1년 기준 7개 합법 사행산업 분야에서 경마는 순매출액 비중이 27%일 정도로 높았다. 하지만 2021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의해 규제가 늘고 코로나19로 부침을 겪으면서 사행산업 분야 순매출액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추락했다. 일본·홍콩·호주 등 해외 경마 선진국은 온라인 경마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마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해 오히려 매출이 올랐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이처럼 경마산업 발전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퇴역마의 복지를 위해 과다한 재원을 마련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주마 복지에 대한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인 전략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체계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경마에 부과되는 각종 조세제도 역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조세 기본원리에 따라 매출액에 부과되는 세금을 순매출액 기준으로 바꾸고, 레저세율을 인하하는 등 경마 관련 조세제도 개편을 강력히 추진할 시점이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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