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진시황도 몰랐던 장수 비결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2023. 3. 1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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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한상엽

진료를 마무리할 때쯤 “그런데” 하면서 말을 꺼내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 중엔 “몸에 좋다더라는 뭔가를 먹어도 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효과는 의문스러우면서 비싸거나 잠재적으로 해로울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혹시라도 드시지 않게 만류하고 설득하는 데 드는 시간만도 상당하다.

돈으로 건강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진시황 이래 바뀌지 않았다. 기본적 효과나 위해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물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기도 한다. 특정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단 1주라도 늘려줄 수 있는 약이 나오면 바이오·제약 산업의 주가가 들썩이고, 벤처 투자자들은 유사한 기업을 발굴하려 애쓴다. 정작 수명(壽命)을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는 근본적 요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면 많은 이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귀를 닫는다.

알지만,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8만여 명을 대상으로 20세 이후 수명을 조사한 캐나다의 연구에선 신체 활동·식사·술·담배의 네 가지 요인을 합치면 약 18년의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점을 조금 늦춰 50세를 시작점으로 잡은 미국 연구에선 신체 활동·식사·술·담배·적정체중의 다섯 가지 요인을 합쳐 약 13년 수명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00년을 사는 사람 입장에서 18년은 무척 긴 시간이다. 실험실이라면 가장 강력한 노화 지연 효과를 보이는 물질 수준이고, 신약으로 개발되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졌을 것이다.

생활습관 개선이 어려운 근본적 이유는 인간의 삶 자체를 소외시키는 삶의 목표와 방식이다. 그 가장 깊숙한 곳에는 고통을 최소화하고 당장 편하게 살면서 쾌락의 정도는 높이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전제가 있다. 이런 삶의 방식을 끝까지 좇다 보면 더 일찍, 더 오랜 기간 아픈 몸과 마음이 되어 돌아온다. 진정한 생활습관 개선은 조화로운 삶의 방식을 깨닫는 데서 시작된다. 조금씩 삶의 방향과 구성 요소들이 나아지기 시작하면 마치 복리 예금처럼 처음엔 미미하더라도 시나브로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 진시황을 비롯한 세상의 독재자들이 이를 깨달았더라면 인류가 조금은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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