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봄바람 신바람

2023. 3. 1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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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낭만파 시인 셸리는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는 시구절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봄바람은 살랑이고 들판은 풍요롭다.

그런데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신바람 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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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낭만파 시인 셸리는 ‘서풍에 부치는 노래’에서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않으리’라는 시구절로 희망을 이야기했다. 겨우내 언 땅을 뚫고 연둣빛 새싹이 올라오는 봄은 희망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봄바람은 살랑이고 들판은 풍요롭다. 그런데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 마치 쉼 없이 먼 길을 달려 온 것처럼 지치고 힘들다. 신바람 나는 봄. 그리워만 하지 말고 한 번 만들어보자.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면접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이름으로 정장 양복을 무료로 빌려준다. 서울시 ‘취업날개’, 부산시 ‘드림옷장’, 인천시 ‘드림나래’, 수원시 ‘청나래 사업’ 등등. 취업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준비한 그들 앞에 결코 만만치 않은 정장 양복 값은 또 다른 장애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런 그들에게 ‘그동안 애썼어. 다 잘될 거야’ 토닥토닥하며 가장 어울리는 정장 한 벌 내준다면 그런 따뜻한 격려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문득 오래전 일이 생각난다. 청춘들이 많이 오가는 동네인 홍대 근처에는 카페, 음식점, 노래방, 클럽 등 다양한 상점이 포진해 있다. 어느 날 점포 주인들이 동네 주민을 위해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리가 편하게 장사할 수 있는 건 주민 여러분 덕분입니다. 오늘 하루 마음껏 즐기세요.” 이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주민들을 위해 무료로 가게 문을 활짝 열었다. 잔치국수와 파전으로 점심을 대접하고 커피와 달달한 조각 케이크를 디저트로 내놓았다.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홍대 클럽 순례였다. 개성이 각기 다른 클럽을 돌면서 라이브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었다. 젊은 날로 돌아간 것처럼 모든 주민이 신바람이 났다. 이 모든 걸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진행한 건 주민센터에서 나온 직원들이었다. 불편함을 감수해준 동네 주민들을 향해 점포 주인들은 고개를 숙였고 주민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상생의 법칙을 깨닫게 해준 하루였다.

강남구에서도 한때 ‘고메 위크 데이’를 지정, 주민들에게 50% 할인 혜택을 주며 유명 음식점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아주 특별한 날, 큰맘 먹어야 갈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과 한정식 집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역시 주민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지자체의 개성을 살린 이런 축제가 많이 생겨 삶의 생기를 잃은 주민들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면서 신나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돈이 많이 들어서, 인원이 많이 동원되어야 해서, 이런저런 걱정 때문에 망설일 필요는 없다. 다이아몬드와 축제는 작을수록 빛난다. 영화관에서 한적한 평일 낮 시간에 서너 명이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텅텅 빈 좌석이 아까웠다. 뮤지컬과 오페라 관람 시 평일에 대체로 3층 A석은 비어 있다. 한 달에 한 번 특별한 날을 정해서 주민들을 초대한다면 어떨까?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또는 육아에 지친 젊은 엄마들에게 빈 좌석을 내주면 어떨까? 누군가 내게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는 일은 고단한 삶의 여정 곳곳에 편히 쉴 수 있는 벤치가 놓여 있는 것과 같다. 힘이 나는 일이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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