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특파원의 ‘우크라 전쟁 1년’…씻을 수 없는 고통·상처 생생하게 전달

이성희 기자 2023. 3. 1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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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자위원회 3월 정기회의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023년 3월 정기회의가 지난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회의실에서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주재로 진행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곽상도 50억 뇌물수수 ‘유·무죄 가른 경제공동체’는 오해의 소지 커
정치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 하락을 폭락으로 보도한 건 부적절
여성 기획시리즈, 여성의날 집중 편집했다면 더 강한 메시지

경향신문 독자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김춘식 위원장 주재로 전 위원들이 참석해 2023년 3월 정기회의를 열었다. 경향신문에서는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이 함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단지 그대가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신중지라는 건강권> <공간의 공포-홀로 일하는 여성들> 등 여성 관련 기획이 지난 8일 여성의날에 집중적으로 편집됐으면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를 인사참사와 학원폭력의 구조적인 문제로 분석한 것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 관련 기사와 제목들이 전쟁의 비극을 생생하게 전달해줬다는 의견이 있었다.

김춘식 =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2기가 새롭게 시작됐다. 독자위원으로 다섯 분이 새롭게 합류했다. 올해 들어 경향신문은 기획기사와 연재기사가 상당히 많아진 것이 눈에 띈다. 지난 한 달 경향신문의 콘텐츠를 보고 인상 깊었던 점,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씀해주길 바란다.

신지영 = 호칭은 한국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화자의 관점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기사들이 이어지는데 피해자들에 대한 호칭으로 여성에게는 ‘할머니’, 남성에게는 ‘씨’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일자 1면 기사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로 나오고, 4면 기사에는 남성 강제동원 피해자 여운책씨와 진천수씨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같은 고령의 피해자들인데 성별에 따라 호칭을 다르게 하는 것은 문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라는 호칭은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강제동원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삼일절 기획기사가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8일은 제115주년 여성의날이다. 관련해서 이날자 지면에 성폭력 피해에 시달리는 가사도우미에 대한 기획기사가 나왔다. 다만 지난달부터 <단지 그대가 여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임신중지라는 건강권> 등 여성 관련 기획이 각각 진행되고 있는데, 이 기사들이 여성의날 지면에 함께 실리지 않은 것이 아쉽다. 여성의날을 맞아 관련 기획들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면 메시지를 보다 강하게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향신문이 젠더 문제에 관심이 크고 좋은 기사들을 많이 생산하고 있는데, 구슬을 던져놓지만 말고 꿰어서 목걸이를 만들어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곽경란 =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50억원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공분도 일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판결인 것은 맞는 것 같지만 언론이 비판할 때는 정확한 지점을 제대로 짚어줘야 한다. 지난달 14일 <‘뇌물 혐의’ 박근혜·조국·곽상도…유·무죄 가른 ‘경제공동체’> 기사는 오해의 소지가 크다. 박근혜·최순실 사건에서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라서 유죄가 선고된 것은 아니다. 경제공동체 개념은 특검이 수사 초기 둘의 공모관계를 증명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던 시점에 세웠던 가설이다. 두 사람이 유죄를 받은 것도 경제공동체가 인정됐기 때문이 아니라 뇌물을 공모한 공범이기 때문이다. 곽 전 의원 사건에서는 아들과의 공모를 증명하지 못한 검찰을 비판하거나 아니면 아들이 받았는데 아버지가 받은 건 아니라고 본 법원 판단을 비판하든지 해야 했다. 법원이 피붙이가 아닌 대통령과 최순실도 경제공동체라고 인정해놓고 부자지간은 경제공동체가 아닌 것처럼 판결했다고 분석한 것은 정확하지 않다. 유럽 순회특파원의 우크라이나 전쟁 1년 기사가 인상 깊었다. 전쟁이 한 명 한 명의 일상을 어떻게 잔인하게 파괴하는지, 전쟁의 상처에서 회복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생하게 전달해주면서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 기사였다.

김지원 =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에 대해 중립을 지키며 보도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 사안에서는 중립성을 지키는 것보다 관련된 문제점들을 더 비판적으로 보도할 필요가 있다. 아들의 학폭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사태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불복소송 시간 끌며 학폭 기록 세탁…‘가해자의 승리 공식’> 기사는 관련자들의 신변 이야기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짚어준 좋은 기사다. 지난달 25일 <출근길 문답 중단 100일…윤 대통령 기자회견 횟수는 ‘0’> 기사는 중요한 사안이 독자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만할 때 적절하게 환기를 시켜줬다. 지난 3일자 <“노조, 왜 해?” 물으신다면> 시리즈 2회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데 어떻게 실패했고, 성공했는지를 잘 짚어줬다. 다만 온라인 게임의 길드 노조에서 다른 노조의 설립을 돕고 있다고 했는데 고민하는 노동자들이 어떻게 연락을 하고 연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아 아쉬웠다. 지난달 23일자에 저출생 관련 기사가 1면과 2면에 걸쳐 나왔다. 이런 기사를 지난 10여년간 똑같이 봐온 것 같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 정말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도 지난 15년간 280조원을 퍼부었지만 전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언론도 새로운 접근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조상식 = 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교육 관련 기사는 사회면 코너에 있는데, 카테고리 명칭이 ‘교육·입시’로 돼 있다. 카테고리 안에 학부모들의 관심을 끄는 입시 관련 기사들이 많을까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교육에 있어 입시 문제는 상업적인 모티브를 자극할 수밖에 없어 종합일간지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카테고리 명칭에서 입시를 지우는 것이 어떤지 제안한다. 경향신문의 교육 관련 기사들은 사실 보도에 초점을 둔 스트레이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아쉽다. 기획이나 심층보도가 필요하다.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 고등교육 부문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 배경을 추적한다면 교육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끌 교육 기사들을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교육정책이 에듀테크 확산 등 기술적, 방법론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보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와 대안에 대해 모색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지난달 22일 윤석열 대통령이 학교에 간호사를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한 것도 단순 사실 보도만 했다. 이 방안이 교육정책적으로, 학교 현실에 비추어 맞는 것인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고 학교 현장도 확인해 보도할 필요가 있었다.

김봉신 = 정치 여론조사 보도가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지난 3일 <민주당 지지율 20%대로…5%P 추락> 기사를 상세히 보도했는데, 그 전주에 민주당 지지율이 4%포인트 상승한 결과는 다루지 않았다. 특히 지지율 5%포인트 하락 자체는 사실이지만 ‘추락’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여론조사의 오차범위가 ±3.1%포인트여서 5%포인트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 폭락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노조 관련 기사와 시리즈들이 이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진보언론이 윤석열 정부의 노조개혁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필요성과 유익한 점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국민들 사이에 반노조 정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이에 대해서도 다뤘으면 좋겠다. 실제 현 정부가 노조 때리기를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갔는데, 정밀한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 정순신 변호사 사태의 본질은 학폭이 아니라 인사참사다. 지난달 27일자에 이번 사태에 대해 1면에 인사참사를 제목으로 잡고, 2면과 3면에 학폭 관련 등의 기사를 실은 것은 적절한 배치였다. 요즘 정치권 얘기나 검찰 수사가 신문 지면을 뒤덮고 있지만 국민들의 가장 큰 불안은 경제 문제다. 지난달 13일자 <고금리발 리스크, 취약층부터 타격> 기사처럼 경제, 민생 문제를 좀 더 다뤘으면 한다.

정순신 수사본부장 낙마 ‘가해자의 승리 공식’ 구조적 문제 잘 짚어
‘평범한 삶 사는 게 투쟁’ 등 가슴에 와닿는 인상적인 제목 많아
제주 제2공항 등 환경 관련 단독 기사 돋보여…지면에도 꼭 반영을

박은정 = 최근 설악산 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 등 환경 관련 개발 이슈가 연달아 터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난 1월부터 환경 관련 단독기사를 10개나 썼다. 생태 영역이나 르포 등에서도 강점이 있다. 정부의 설악산 케이블카 조건부 허가 당시 전문기관의 검토 의견이 중요한데 환경부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단독기사를 썼다. 제주 제2공항 허가와 관련해서도 지난 7일 <“전문기관도 인정?”…국립생태원 등 제주 제2공항에 부정적 의견 제시> 단독기사를 썼는데, 온라인에만 반영되고 지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요즘 많은 독자들이 온라인으로 뉴스를 접하고 있지만 영향력 있는 정부 기관 등은 여전히 지면 기사를 많이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기사가 지면에서 배제된 것은 아쉽다. 정부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오는 25일까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환경 관련 매우 중요한 정책 발표다. 정부의 발표 전까지 탄소중립이나 녹색위원회가 왜 중요한지를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도 이르면 올봄부터 시작될 것 같다.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일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는지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분석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이승환 = 세계적 열풍이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관련 다양한 기사들이 나왔다. 챗GPT가 잘못된 정보를 이용해 답변했을 때의 문제점 등을 지적한 기사를 의미 있게 봤다. 챗GPT 기사도 신문 지면 1개면을 다 활용해 쓰는 등 장문의 기획기사가 많아지고 있다. 신문이 속보성 뉴스를 쓸 수 없는 시대가 되다 보니 기획기사가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요즘 독자들이 한 면 분량의 기사를 제대로 다 읽을지는 의문이다. 경제면에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관련 기사가 많이 등장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 주가가 상승하다 보니 관심 있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경제 전문 매체에서 넘치게 다루고 있다. 종합지로서 그런 경제적 측면 외에 경영권 분쟁에 대해 SM 소속 연예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같은 색다른 내용을 다뤘으면 경제지 등과 차별화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현 정부가 노조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상황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노조가 어쩔 수 없이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개선한다고 무조건 때려잡기식으로 나가면 노조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경향신문은 노조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한다는 관점 같다. 다른 언론들이 보지 않는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춘식 = 지난달에는 특히 가슴에 와닿는 종이신문의 기사 제목이 많았다. 지난달 8일자 4면 한국군의 베트남전 학살 배상 판결 기사의 제목이 <불법행위·개인 청구권·소송 시효…모든 쟁점에서 피해자 승리>이다. 이 사안에 대해 논쟁이 필요 없이 그냥 우리가 잘못한 거라는 점을 제목에서 분명하게 보여준 것 같다. 남성 중심의 채용 관행을 지적한 <남성 관리자 심은 곳에 남성 신입 난다> <남성이 채용되는 자리, 여성은 투쟁해서 얻는다> 등의 기사는 제목만 봐도 기사 내용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되돌아본 기사의 <평범한 삶 사는 게 ‘투쟁’…우울해도 웃고 만나고 기억한다> 제목도 독자들이 전쟁의 비극에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해주었다. 대통령실의 KT 인사 개입 문제를 다룬 기사의 <KT 흔드는 보이는 손>,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화장품 매출 증가를 다룬 기사의 <마스크 벗은 얼굴에 색이 돌아왔다> 제목 등도 눈에 확 들어왔다. 큰 활자로 편집된 탁월한 제목을 접할 수 있는 것은 뉴스를 신문 지면으로 보는 장점 중 하나라 생각된다.

따끔한 질책, 따뜻한 격려…함께 만드는 경향, 2기 독자위원회와 ‘소통’을 시작합니다


김춘식 위원장, 곽경란, 김봉신, 김지원, 박은정, 신지영, 이승환, 조상식

경향신문과 독자들의 소통 자문기구인 독자위원회 2기가 출범했다. 독자위원회는 경향신문이 사회정의 실현과 인권 보호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게 공정하고 진실된 보도를 하는지, 독자들의 알권리를 제대로 구현하는지 평가하고 올바른 보도방향을 제언한다.

2기 독자위원회에는 김봉신 여론조사전문기업 조원씨앤아이 부대표, 김지원 단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박은정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이승환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임,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 등 각계 전문가 5명이 새롭게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춘식 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과 곽경란(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신지영(고려대 국문학과 교수) 위원은 1기에 이어 2기에도 함께하게 됐다.

2기 독자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여성과 남성 각각 4명이며, 연령별로는 30대 3명, 40대 1명, 50대 4명으로 구성됐다.

정리 |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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