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은행 파산에도 비트코인이 오른 이유 [엠블록레터]
자본주의, 그리고 금융 시장에서 은행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내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줄 것이란 믿음, 신용의 끝판왕이기 때문입니다. 은행을 믿지 못하면 금융 시장에서 믿을 수 있는 다른 곳은 없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신용에 금이 간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그것도 하나가 아닌 세곳의 은행이 일주일만에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같은 은행의 대규모 부실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무려 14년만입니다. 전세계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만한 사건입니다.
미국 가상자산 회사인 써클이 발행하는 USDC가 0.8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13일 0.99달러로 회복됐습니다. 0.85~0.90달러대를 기록했던 지난주 토요일에는 코인 시장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습니다. 은행의 망함과 비등한 수준의 신뢰 훼손이 발생했었죠. 비트코인 가격은 이미 10일 2만달러를 내줬어서 추가 하락하진 않았지만 숨죽인채로 지나간 주말 이틀이었습니다.
그러나 13일 월요일, 예상과 다소 다른 시장의 움직임이 관찰됩니다. 비트코인이 일순간 10% 가까이 급등하고 대다수 코인들도 동반 급등합니다. USDC는 0.99달러로 가격대를 맞췄습니다. 추가 언페깅 우려도 대폭 완화됐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일단은 은행 파산의 코인 시장으로의 전이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USDC의 언페깅에는 써클의 보유 담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은행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면서 담보 부실 우려가 컸기 때문인데요. 정부의 예금 보증 등으로 부실 자체가 서클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버게이트의 파산에 따른 부실도 코인 시장보다는 금융 시장 전체에 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파악되구요.
일각에서는 이번 은행 파산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은행들의 잇단 파산에는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국채 가격 급락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채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 기관의 추가 부실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중앙화된 은행의 부실은 탈중앙화된 코인, 특히 비트코인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는 이미 지난 2012년 비트코인 탄생 취지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중앙화된 은행들의 부실, 이를 회복시켜주는 중앙 정부의 돈잔치를 비판하면서 비트코인이 등장했던 것이죠. 13일의 비트코인 가격 급등은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의 탈중앙화 가치가 더욱 주목받은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탈중앙화 가치가 비트코인의 가격을 더 높여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흐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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