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성매매업 밑밥’ 전단지 살포책들 추적해 봤더니…

황현규 2023. 3. 1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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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코로나 방역이 풀리면서 유흥업소 홍보 전단지가 길거리에 많이 뿌려지고 있습니다.

상당 수는 성매매와도 연결돼 있는데, 어떻게 이런 유흥이나 성매매 업소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일을 하는 걸까요?

지자체와 경찰의 합동 단속 현장을 황현규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주 서울 강남 유흥가,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리며 무언가를 바닥에 뿌립니다.

행인이 있어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살포'에만 집중합니다.

가까이 가 보니, 도를 넘은 유흥업소 광고전단이었습니다.

'레깅스', '셔츠룸'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문구와 전화번호만 적혀 있습니다.

[문태욱/서울 강남구 : "평상시 때, 점심때나 초저녁에 보시게 되면 굉장히 너저분하게 많이 뿌려져 있습니다."]

[정수현/서울 관악구 : "선정적인 사진도 많이 있는데, 이게 어린 애들도 볼 수 있고."]

단속반이 체포 작전을 준비 중입니다.

미리 파악한 동선에 맞춰, 전단 살포책을 추격하거나 퇴로를 막는 방식입니다.

[구청 단속반 직원/음성변조 : "그나마 조금 많이 다니는 메인 도로에 퇴로를 조금 좁게 함으로써..."]

작전이 짜여지면 그 다음은 '잠복'입니다.

3시간 넘게 기다린 밤 11시 30분쯤.

오토바이 1대가 포착되고,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숨어있던 위치가 들통나자 오토바이를 버리고 달아납니다.

운전자는 불법 전단지를 뿌리다, 구청 단속반을 발견하곤 이렇게 휴대전화기와 불법 전단지를 놓고 도주했습니다.

휴대전화는 '대포폰'이었고, 압수한 전단 수천 장에도 추적할 단서는 없었습니다.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업소 위치나 업소 전화번호 관련된 건 하나도 안 나오고. 단순히 핸드폰 번호만 있는데, 그것도 보통은 이제 다 대포폰 번호라서..."]

비슷한 시각, 인근 번화가에선 검거 작전이 성공했습니다.

붙잡힌 운전자는 일을 맡은 지 사흘 째라는 '신참'이었습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음성변조 : "이거 방송에 나가는 건가요?"]

전단지 3천여 장이 오토바이에서 발견됐습니다.

[구청 단속반 직원/음성변조 : "보통 과태료가 최대 500만 원인데, 대부분 최대치로 나와서..."]

운전자는, 전단지 살포를 지시한 일당은 본 적이 없고, SNS로만 소통했다고 주장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음성변조 : "텔레그램 메시지로 했어요. 공원에 박스가 있으면 그걸 들고 가서 받는 식이에요."]

연락처로, 그 일당을 찾아낼 수 있을까.

불법 전단지에 적힌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해봤습니다.

전화를 받은 곳은 유흥업소가 아니라, '업소'와 '손님'을 연결시켜주는 브로커였습니다.

[전단지 브로커/음성변조 : "(위치는 어디 쪽이에요?) 강남역 쪽이요. 픽업 돼요, 형님."]

본인 위치는 숨긴 채로, 접선 장소를 따로 제시했습니다.

그 곳에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브로커와는 다른 목소리의 남성이 나타났습니다.

'업소 쪽' 관계자였습니다.

[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노래를 켜드리고, 환복 시스템이라고 있거든요? 형님 위에 올라가서 환복을 한번 하는 거죠."]

브로커 조직에 대해선, '일을 맡겼을 뿐, 실체는 자신들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업소 관계자/음성변조 : "(전단지는 그러면 유흥업소에서 뿌린 건 아니에요?) 텔레그램 통해서 갑자기 연락 와서. '손님 접대 좀 해주세요.'하면 해주는 거고."]

취재를 종합해 보면, 전단지 제작과 살포를 총괄하는 전문 조직이 따로 있고, 이들은, 업소와 살포책들 사이에서 텔레그램 등으로만 연락합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철저한 '비대면' 방식입니다.

일망타진이 어려운 이 '분산 협업' 방식으로 성매매나 유사 성매매 업소들은 나름의 생존책을 구축한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이들은 또 다시 '대목'을 노리고 있습니다.

유흥업소가 몰린 강남구에서 지난 한 해 적발된 전단지는 5만여 장인데, 올해는, 이달 초까지만 벌써 12만 장 넘게 압수됐습니다.

현장K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 조창훈/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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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 기자 (hel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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