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밭두렁 태우기…해충 잡으려다 익충 다 잡는다

윤희일 기자 2023. 3. 1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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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충 5~7%, 익충 80~97%
미세먼지도 다량 배출

농촌지역에서 봄철 해충을 잡기 위해 논·밭두렁을 태우지만 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논·밭두렁 태우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14일 농촌진흥청과 충남농업기술원 등이 2020년 논에서 서식하는 월동기 곤충류 서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거미류·기생벌류·반날개류 등 농사에 도움이 되는 익충류 비율이 80∼9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멸구류·파리류 등 농사에 방해가 되는 해충류 비율은 5~7%에 그쳤다. 해충보다 농사에 이로운 곤충이 많은 것이다.

농촌진흥청이 2015년 경기·충청 지역 논둑 0.75㎡에 서식하는 미세동물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거미와 톡토기 등 해충 천적은 81개체(89%)에 달했다. 반면 노린재목 등 해충은 10개체(11%)에 불과했다. 거미는 해충을 잡아먹고 톡토기는 풀잎을 분해해 지력을 높여준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논·밭두렁을 태우는 주된 목적이 해충 박멸인데 농사에 이로운 곤충이나 해충의 천적을 사라지게 하는 경우가 더욱 많은 셈”이라고 말했다.

논두렁을 태우고 나면 논과 논두렁 내 익충 밀도가 크게 감소해 소각 이후 4주가 지날 때까지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충남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농사의 주요 해충인 벼물바구미·애멸구는 야산의 땅속과 농경지 잡초 뿌리 흙에 붙어 월동하기 때문에 불을 놓아도 잘 죽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건조한 봄철에 이뤄지는 논·밭두렁 태우기는 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하는 데다 큰 산불로 번질 수 있는 불씨를 만든다.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중 14%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원인으로, ‘입산자 실화’(34%)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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