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지하철
지하철
김옥애
땅 아래
어두운 길을 달리는 기차
지하철 창문에
군데군데 시가 써져 있다.
글과 글을 쓴 사람의 이름이 써져 있다.
기차도 시를 읽으면서 달린다.
소박한 詩의 매력
기차도 시를 읽으면서 달린다. 시를 만나는 일은 즐겁다. 강을 끼고 도는 산책길에서, 등산 입구에서, 시민공원에서,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시도 그 중 하나다. 잠시 전동차를 기다리는 동안 만나게 되는 시 한 편. 길지 않아서 좋고, 어렵지 않아서 좋은 시 한 편. 어린이도 할머니도 함께 읽고 즐길 수 있는 시 한 편. 이는 그 어느 책 한 권 분량의 독서량을 능가할 수도 있다. 시인은 바로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소위 ‘스크린 시’를 작품화했다. 본대로 그냥 적었다. 그 어떤 수식도, 치장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맛이 난다. 맨 마지막 구절 덕분이다. ‘기차도 시를 읽으면서 달린다.’ 이 구절이 없었다면 굳이 여기에 소개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시는 이래야 한다. 편하게 읽다가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그 뭔가를 지녀야 한다.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시라면 더더욱 그렇다. 시를 읽으며 달리는 기차는 얼마나 멋질까? 아니, 향기로울까? 아니아니, 그 기차를 타고 가는 승객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시인은 동시뿐 아니라 동화작가로도 이미 일가를 이룬 원로작가다. 그동안 장편동화 9권, 단편동화집 8권을 펴낸 바 있다. 지금은 강진군 중저 마을 바닷가에서 오로지 작품을 쓰며 멋진 인생 후반부를 즐기고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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