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전 개항’ 맞춰 공법 변경…사업 타당성·환경문제 산적

심윤지 기자 2023. 3. 14. 2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지홍 가덕도 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세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 요구 수용 5년 단축
공법 매립식으로 유지하되
육지·바다에 걸치는 방식
국토부, 부등침하 우려엔
“국제 허용 기준보다 작아”
엑스포 이후 활용도 문제
환경훼손 지적엔 “조사 중”

국토교통부가 14일 가덕도 신공항의 조기 개항 등을 발표한 것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 전으로 개항 시점을 앞당겨달라”는 부산시의 요구를 받아들인 측면이 크다. 하지만 공기를 무려 5년 가까이 단축해야 하는 대작업이다 보니, 부실 공사 우려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낮은 사업성과 환경 훼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국토부는 당초 사전타당성조사 단계까지 터미널을 포함한 공항 전체를 매립해 바다 위에 배치하는 ‘순수해상설치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사전타당성조사 안대로 건설할 경우 완공 시점은 2035년 6월이었다. ‘엑스포 이전 개항’을 원했던 부산시는 지난 1월 가덕도 신공항의 터미널은 매립식으로, 활주로와 주기장은 부체식으로 지어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안을 국토부에 공식 제안했다. 이에 국토부는 활주로 건설 공법은 매립식으로 유지하되 공항 배치를 육지와 바다를 걸치는 ‘육·해상 배치’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터미널 등 건축물은 남단의 육상에서, 활주로 등 에어사이드는 해상에서 공사를 동시에 시작해 공사기간을 최대 27개월까지 단축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매립식을 건설공법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부체식은 국제민간공항으로 건설 및 운영한 선례가 없어 국제기준 정립 등에 5~10년 이상이 소요되고, 잔교식 공법은 공사비가 과다하게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항배치를 해상에서 육·해상으로 바꿀 경우, 활주로 부등침하 우려가 제기된다. 가덕도는 최대 수심이 30m로 이 부분을 전부 메워서 지어야 하는 데다 풍랑이 강한 지역이어서 당초 공항 설치가 적절한지를 놓고도 논란이 있었다.

국토부는 “검토 결과 활주로의 20년 후 예측 부등침하량은 0.076%/30m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허용치인 0.1%/30m보다 작아 항공기 운항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활주로가 섬과 해상에 걸쳐 있는 홍콩 (첵랍콕) 공항, 영국 지브롤터 국제공항, 호주 시드니 국제공항 등에서도 부등침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낮은 사업성 역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타당성을 비판하는 주요 근거 중 하나다. 지난해 사전타당성조사 결과 가덕도 신공항의 경제성(B/C)은 기준치(1)를 크게 밑도는 0.5 안팎이었다. B/C가 1 미만이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번 육·해상 배치 대안도 사업비는 13조7600억원가량이 들어 해상 전체를 매립하는 사전타당성조사와 차이가 없다.

개항 시점을 앞당길 경우 부산시의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엑스포 이후 활용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국토부는 부산신항과 인접한 입지조건을 이용해 바다와 항공을 오가는 물동량을 창출하는 등 가덕도 신공항을 ‘여객·물류 복합 공항’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7월부터 공항 물류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용역 결과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부산 엑스포 개최에 맞춰 5년 이상 개항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부실 공사 우려는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내년 말 공사를 시작해 5년 뒤인 2029년 말 개항 예정으로 일정대로라면 공사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인천국제공항 1단계 사업이 9년, 2단계 사업이 6년, 3단계 사업이 8년 걸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유례없는 속도전이다. 한국항공대 이윤철 경영학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외부적 상황을 고려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인 계획인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공사 진행 과정에서 단계적 검토가 이뤄지며 공기가 조금씩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턴키 방식’으로 통합 발주해 사업 규모를 키우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설계·시공 방식 마련은 민간으로 공을 넘겼다. 국토부는 “2029년 12월 개항시기를 적시하고 대규모 사업량으로 통합 발주하면, 민간은 이를 처리하기 위해 효율적인 대규모 장비 투입, 인력 투입 강화, 신기술·신공법 등을 적용하여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바다를 메우는 매립식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가덕도 사업대상지역에 대해 육·해상, 동식물 등에 대한 환경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