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 1%도 없는데 '청와대' '대선캠프' '인수위' 낙하산 점령

금준경 기자 2023. 3. 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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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석채 시기 청와대·인수위 출신만 9명 영입
황창규·구현모, 친문 사외이사 '방탄' 논란
IPTV협회장 5명 중 4명이 청와대·대선캠프 출신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서울 광화문 KT 본사. ⓒ 연합뉴스

유료방송·통신 기업 KT 인사에 정부여당이 개입해 '관치'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이명박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석채 회장 체제 주요 보직에 낙하산 인사를 대거 기용해 논란이 됐다. 황창규 회장은 낙하산 인사 근절을 선언했지만 정권 교체 국면에서 '방탄'용 사외이사 선임이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KT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유관기관인 유료방송 협회에도 정치권 낙하산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

이석채 KT, 청와대·인수위 낙하산만 9명
황창규 KT, 정권교체기에 '방탄 인사'

KT그룹은 민영화를 통해 민간기업이 됐지만 사실상 대주주 국민연금의 입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임명돼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1월까지 임기를 이어간 이석채 회장은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다. 김영삼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이석채 회장은 '친이계'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선임돼 2020년 3월까지 회장직을 맡았던 황창규 회장은 이명박 정부 지식경제부 산하 R&D전략기획단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훗날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될 정도로 정부와 밀접한 행보를 보였다.

▲ 이석채 전 KT 회장. 사진=미디어오늘

낙하산 인사는 또 다른 낙하산 인사를 낳았다. 이석채 회장 때는 보수단체, 동문 출신 등 인사를 제외해도 인수위나 청와대 출신 영입 인사만 9명에 달했다.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전무) △이태규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전무) △ 임현규 대통령 정책특보(부사장) △장치암 청와대 선임행정관(전무) △서종열 인수위 전문위원(미디어본부장)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사외이사) △허증수 인수위원(사외이사) △김규성 인수위 경제2분과 팀장(KT엠하우스 사장) △윤종화 청와대 행정관(KT캐피탈 감사) 등이다.

2014년 취임한 황창규 회장은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공언했지만 2017년 연임 이후 정권 교체가 되자 소위 '방탄인사'로 불리는 사외이사 선임을 시작했다. 정권 교체에 따라 CEO 퇴진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새 정부와 밀접한 인사를 선제적으로 기용해 대응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대응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데 과거 낙하산 CEO가 주도한 인사가 문제였다면 현재는 KT 스스로 정부를 의식해 기용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정치권을 필요 이상으로 의식하는 점은 같다.

황창규 체제 KT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참여정부 김대유 전 경제정책 수석·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문재인 대선캠프 출신 유희열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한다. 사외이사 6인 중 3인을 새 정부 코드에 맞췄다. KT 내부 출신으로 2020년 대표이사가 된 구현모 대표이사는 이른바 친문 성향 사외이사 3인을 연임시켰다.

▲ 황창규 전 KT 회장. ⓒ 연합뉴스

지난 7일 여권의 반발 속에 선임한 윤경림 대표이사 내정자 체제의 KT는 윤석열 대선캠프 특보 출신의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그러나 정부와 조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탄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임승태 전 위원은 내정 이틀 만에 사임했다.

국내 유일의 위성방송이자 KT에 편입된 자회사 스카이라이프에도 낙하산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 KT는 최근 KT스카이라이프 차기 대표이사에 윤석열 대통령의 고교 선배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내정했다. 그러나 '방탄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노조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가운데 윤정식 부회장도 사임했다.

▲ KT 정치권 출신 인사 종합

스카이라이프 낙하산 대표이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에 임명된 서동구씨는 노무현 대통령 후보 언론고문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2008년엔 KBS 보도국장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 후보 방송특보를 지낸 이몽룡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2014년엔 SBS부사장을 지낸 인사로 박근혜 정부 첫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역임한 이남기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스카이라이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모든 사장이 낙하산 사장이었다. 정부에서 내려보내거나, 아니면 KT 출신 인사를 낙하산으로 선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양대 유료방송협회 정치권 낙하산 일색
IPTV협회장 5명 중 4명이 정치권 출신

유료방송사업자들을 대표하는 협회도 정치권 낙하산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를 주축으로 한 한국IPTV방송협회는 역대 5명의 협회장 중 4명이 청와대나 대선 캠프 출신이다. 같은 통신사들이 소속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선 기업인이 회장을 맡는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2008년 초대 김인규 회장은 KBS 출신 언론인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를 거친 직후 한국IPTV방송협회장에 임명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이종원 협회장이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문재인 후보 시민캠프 대변인 등을 지낸 유정아 협회장이 임명됐다. 2022년엔 MBC 기자 출신의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협회장을 맡았다. 유일하게 정치권 출신이 아닌 협회장은 연합뉴스 출신인 2대 김원호 협회장이다. 다만 그는 이석채 KT 회장의 경복고 선배로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 정치권 출신 유료방송 협회장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012년부터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후 낙하산 협회장이 끊이지 않고 임명됐다. 2012년 선임된 양휘부 협회장은 KBS 기자·이명박 대선캠프 언론특보 출신이다. 2015년 선임된 윤두현 협회장은 YTN 기자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에서 케이블협회장을 직행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김성진(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책자문단·노무현정부 국무총리 비서실장 출신), 이래운(더불어민주당 미디어특보 출신) 두 협회장이 선임됐다. 2017년 배석규 협회장은 청와대나 정치권 출신은 아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YTN 사장을 역임한 인사로 사실상 친정부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 인사는 '부적격'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유료방송의 디지털 혁신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기성 언론 출신에 관련 업무와 거리가 먼 인사들이 연달아 선임됐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이 기자 출신인 데다 유료방송의 '경쟁매체' 출신 인사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됐다. 유료방송 협회장에 경쟁사인 지상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선임되면서 '지상파 방송협회장 뽑나'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관련 협회 출신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유료방송 업계 출범을 주도하면서 시작된 관행”이라며 “지금은 정치권 인사 자리로 굳어졌다. 유료방송 특성상 점유율 규제나 결합상품 등 정부의 대응이 사업 전반을 좌우하기에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 낼 수 있는 협회장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들 협회의 인사를 정면 비판했으나 집권 후엔 같은 방식의 선임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집권기에만 '낙하산' 문제를 제기했다. 정치권력의 욕심과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KT와 유료방송 업계 전반의 낙하산 인사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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