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는 제 음악의 모국어이자 집이죠”
5월 서울부터 ‘찾아가는 전곡 연주회’
“모차르트는 제게 항상 집 같은 곳이죠. 모국어라고도 할 수 있고요.” 피아니스트 손열음(37)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18곡)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전국 7개 지역 투어도 떠난다. 그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모차르트를 다시 연주하니 집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일찌감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드러냈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면서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상을 받았다. 이때 연주한 피아노 협주곡 21번 연주 실황은 유튜브에서 2100만회를 웃도는 조회수를 올렸다. 영화 <아마데우스> 음악감독 네빌 마리너(1924~2016)와 이 곡을 녹음해 음반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모차르트에 대한 그의 애정도 각별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요. 고심해서 억지로 썼다기보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음악 같죠.”
‘우발적으로’ 시작한 전집 작업이었다. 다른 음반 작업을 하다가 음향 전문가인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과의 통영국제음악당 일정에 이틀 정도 여유가 생겼다.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라 일단 뭐라도 녹음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런 다음에야 어떤 곡을 녹음할지 고민했는데 당장 할 수 있는 건 모차르트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늘 제 마음의 중심에 있고, 가장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모차르트의 곡들이어서 일단 한두곡 정도 녹음해볼까 생각하다가 갑자기 전곡을 녹음해야겠다는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음반 녹음이 공연장의 현장성과 생명력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하던 그가 최근 음반을 자주 녹음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음반이 지닌 ‘불멸성’ 때문이다. “세상을 떠난 음악가들의 음반을 듣다 보면 말이 아닌 음악으로 남긴 메시지가 갖는 불멸성을 깊이 느끼게 돼요. 예술은 살아서가 아니라 죽은 뒤에 평가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는 “이런 위대한 음악에 이상을 두고 좇다 보니 제 연주는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음반은 그가 지난 1월 전속계약을 맺은 프랑스 레이블 ‘나이브’에서 오는 17일 발매한다. 6장의 시디(CD)에 18개 소나타를 순번대로 담았다. 모차르트가 곡을 쓴 연대순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음반에서 “즉흥성에 가장 중점을 뒀다”고 했다. “워낙 다층적인 음악이라 정해놓고 해석하지 않고 연주하는 나 자신까지 놀라게 하는,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를 발견하는 느낌으로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모차르트의 음악이 다양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풍부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모든 감정과 표현을 내포한 ‘만화경’ 같은 음악이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전곡 연주’회란 형식도 눈길을 끈다. 보통 전곡 연주는 같은 공간에서 시차를 두고 하는데, 손열음은 지역을 돌면서 전곡 연주를 완성해 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4차례 공연에 1회 전곡 싸이클이니, 8개 지역에서 2회의 전곡 사이클을 완성하는 일정이다. 5월엔 서울 2차례와 원주, 통영에서, 6월엔 광주, 대구, 고양, 김해에서 각각 공연한다.
하지만 손열음은 모차르트 음악에 여전히 목말라 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피아노 협주곡 전곡(27곡) 연주 프로젝트가 코로나19로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 연주는 30대에 시작해도 50대에나 완성할 수 있으니 빨리 시작하라”고 격려했다는 지휘자 네빌 마리너의 얘기를 소개하며,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와 함께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했다.
그는 2018년부터 맡았던 평창대관령음악제 음악감독 직을 지난해 말 내려놓으면서 연주에 전념하게 됐다. 그는 동시대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는 데도 열심이다. 2021년에 낸 러시아 작곡가 카푸스틴(1937~2020) 음반이 대표적이다. 손열음은 “인종과 성별을 막론한 여러 작곡가와 다양한 작업을 더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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